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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티몬 사태, 금융당국 책임도 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4 13:00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금융부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남긴 말은 “미안하다"였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불확실성에 도처에 깔려 있음에도 소모적 정쟁으로 국력이 소진돼 가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후배들에게 책임감과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다며 무거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민생은 제쳐둔 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등을 놓고 걸핏하면 정면충돌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위원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바로 업무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취임 직후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티메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티몬•위메프의 대주주, 경영진에게는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서슬 퍼런 경고장을 날렸다. 금융당국 수장이 취임하자마자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특정 기업을 겨냥해 책임을 묻겠다고 발언한 것은 드문 일이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만큼 취임 직후 시급한 과제를 마주한 김 위원장의 무게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국회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발언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구 대표는 판매대금을 포함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 원을 인수자금에 썼고 회사에 남은 현금은 없다고 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 및 결제하면 판매자는 대금을 최대 70일 뒤에 받는데, 이 사이를 틈타 큐텐이 판매자 에게는 피 같은 거래대금을 기업경영자금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는 전자상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와 근간을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뻔뻔하기까지 한 큐텐의 행보와 별개로 미온적인 대응으로 이번 사태를 키운 정부 부처, 당국의 태도 역시 문제삼지 않을수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과 견제장치는 말할 것도 없다. 금융감독원은 티몬에 미상환, 미정산 금액과 추가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별도로 관리하라고 요청만 했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감독장치도, 사전경고도 하지 않았다.


티몬, 위메프의 월 이용자 수는 869만 명에 달했지만 몇 해 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이끌지 못했다. 강제성 없는 MOU 체결이 전부였던 틈을 타 티몬은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대거 동원하다 막판에 와서야 백기를 들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사실상 특정 업체에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규제에 제약이 있었다는 궁색한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책무를 스스로 방기했고, 감독이라는 칼날을 스스로 무디게 만들었다.




티메프 사태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시계는 더 이상 금융의 힘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 금융과 부동산, 금융과 이커머스라는 경계를 긋는 것은 선을 지키지 않고 널뛰는 시장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김병환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취임 직후, 그리고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시급한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티메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확고한 재발방지 체계와 감독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티메프 사례처럼 감독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분은 없는지, 자율규제라는 이름이 혹여 '자유경영'으로 오인된 사례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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