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차 사적 운용을 막기 위한 '연두색 번호판'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호화스러운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럭셔리카 법인 수요는 줄고 토요타 알파드 등 편안함과 실용성이 강점인 차량의 수요가 늘고 있다.
7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 '상반기 수입 승용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벤틀리, 롤스로이스, 마세라티 등 럭셔리카 브랜드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벤틀리는 지난 상반기 140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대비 63.7% 감소했고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는 38.39%, 마세라티는 30.5% 감소했다.
업계에선 이를 '연두색 번호판'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법인차의 사적운용을 막기 위해 8000만원 이상의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 했다. 사회적인 시선을 통해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안이다.
실제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들은 유지비용 절감을 위해 법인 명의로 등록되고 있다. 법인 명의로 구매하면 차량 구입-유지비를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1~7월 브랜드별 법인-사업자 신차 등록대수'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판매된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모델의 80.9%, 69.5%, 58.8%가 법인등록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별 법인차 비율은 전과 비슷한데 전체 판매량은 하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이천처럼 마음 편하게 법인 명의로 운용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토요타의 미니밴 알파드는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알파드는 탑승객의 편의를 극대화한 차량으로이다. 넓은 실내공간과 풍부한 편의사양이 담긴 모델로 법인 수요가 많은 모델이다
알파드는 지난 1~7월 동안 457대 판매를 기록했다. 그 중 법인 비율은 64.1%로 여느 럭셔리카 못지않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업계에선 고가 법인차 시장이 럭셔리 세단에서 고급 미니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치스러워 보이는 초호화 럭셔리카 대신 실내공간이 훨씬 여유롭고 편안한 고급 미니밴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를 인지했는지 한국토요타는 지난달 렉서스 미니밴 'LM500 h'을 국내 출시해 라인업을 늘렸다. 이 모델은 토요타 알파드의 상위버전으로 더 비싸고 럭셔리한 차량이다.
LM 500h는 여유로운 공간에 1·2열을 완전 분리할 수 있는 상하 개폐형 파티션, 48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등 기존 자동차에서 누릴 수 없던 편의사항이 탑재됐다. 거의 2억원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그만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렉서스 LM 500h는 벌써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렉서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사전 예약 대수가 500대가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파드의 수요도 여전하다. 현재까지도 계약 후 출고까지 9~12개월이 걸릴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보이고 있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LM 500h는 MPV가 아니라 오히려 고급 세단 시장에서 추가적인 법인차 수요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부터 넓은 탑승 공간, 다양한 편의사양들을 통해 쇼퍼드리븐 시장에 진정한 퍼스널 모빌리티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