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산 지연 사태로 구매대금을 받지못한 소비자들이 지난달 25일 위메프 본사를 찾아가 환불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서예온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큐텐 구영배 대표가 최근 티메프 합병을 위한 법인 설립 계획을 밝혀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구 대표의 자구책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로 기업 가치와 신뢰도가 떨어짐에 따라 투자자 유치가 어렵고, 설사 투자자를 유치한다해도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9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 법인 설립을 법원에 신청하고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법원 승인이 필요한 합병에 앞서 양사를 합병할 신규 법인을 먼저 설립하려는 것이다.
큐텐은 KCCW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고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법인은 판매자(셀러) 주주조합을 결성해 경영에 참여시키는 형태로, 구조 전환도 함께 추진한다. 다만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다 판매자 주주조합 결성의 현실성이 부족해 신규 커머스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같은 큐텐의 대응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티메프 사태로 기업 신뢰도가 하락한 만큼 티메프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지마켓 신화'로 불렸던 구영배 대표가 티메프 사태를 촉발하게 된 배경에는 달라진 이커머스 시장환경 변화에도 벤처기업식 경영 전략을 고수한데 있다고 분석한다.
구영배 대표는 지난 1999년 당시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현 그래디언트 회장)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인터파크에 입사했다. 그는 2000년 사내벤처로 옥션의 경매 방식을 적용한 '구스닥'을 출범했으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이름을 지마켓(G마켓)으로 바꾸고 오픈마켓 사업 모델을 도입해 고성장을 이뤄냈다. 2004년 지마켓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5500억원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지마켓 주식을 갖고 있던 구 대표는 715억원을 손에 쥐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전자상거래 산업이 그동안 엄청나게 커졌다. 쿠팡이라는 거대기업이 탄생하고 중국 커머스가 들어와 있고 경쟁도 그 당시(구 대표 지마켓 상장 시기)보다 훨씬 치열해졌다"며 “구 대표가 당시에는 마켓리더였지만 과거 벤처기업 운영하듯이 기업을 운영하다가 사달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번 정산지연 사태가 자금이 부족한 큐텐이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입성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로 풀이한다.
구 대표는 앞서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 등 이커머스 업체들을 앞다퉈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큐익스프레스의 한국법인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큐텐이 인수한 티몬·위메프는 인수 이전에도 만년 적자기업으로, 인수 이후에는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큐텐이 입점 셀러 판매대금을 경영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이번 정산지연 사태로 티메프 수요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판매자들 역시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신규 셀러도 증가하는 추세다.
11번가에선 지난달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달 대비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월간 신규 입점 판매자 증가율이 5%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롯데온에서도 이달 1∼7일 새로 입점한 판매자 수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