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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도시 냉난방 전력수요 폭증…송전망 확충·수요분산 압박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19 11:13

최장 폭염에 전력피크 100GW 넘어…송전망 확충, 계통신뢰도 고시 개정 시급

국가기간송전망확충특별법, 22대 국회에도 상정됐으나 상임위 통과 기약 없어

“송전망 확충 못하면 수도권 발전설비 늘리거나 데이터센터 등 지방으로 옮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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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발전소 분포. 자료=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제공


역대 최장 기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대도시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당초 인공지능(AI)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용 수요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냉난방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안정적 수급을 위해 송전망 확충 혹은 지역 수요 분산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전력시장 안팎에서 실제로 전기를 생산·사용한 '실제 총수요'는 연일 100기가와트(GW)를 넘어섰다.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GW를 넘어선 이후 올해는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권의 산업용, 가정용 냉방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발전설비를 157.8GW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에너지업계와 전문가들은 송전망 확충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취재를 통해 “현재 전력피크 시 34% 정도를 공급하는 수도권의 화석연료 발전설비는 대부분이 무탄소 전원 즉, 재생에너지와 수소전소발전기로 대체돼야 할 것"이라며 “수도권은 입지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로 현재의 발전기를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송전망을 확충해 이를 보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송전선 길이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어 현재보다 더 많은 송전망을 수도권으로 집중해 건설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력당국은 지난 5월말 공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첨단 산업용 전기 수요 증가 대응과 무탄소에너지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 전력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심각한 포화 상태를 맞은 전력망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은 인구와 주요 산업 시설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지만 원전과 화력발전소 등 대형 발전소는 강원·경상·충청·전라 등 비수도권에 구축돼 있어 장거리 송전망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설치 여건이 좋은 호남과 경남 지역에 집중돼 있어 지역 내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 원거리로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는 구조다.


전기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안 그래도 송전망 제약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가 보류되고 있고, 동해안 석탄발전소 가동도 제약받고 있다"며 “우선 걱정되는 것이 송전망 문제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직성 전원으로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원전과 전기 생산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 방안 확보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 공급은 실시간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공급이 많거나 부족하면 '블랙아웃'이라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송전망 설치와 운영을 총괄하는 한국전력공사도 국회 산자위원장 출신인 김동철 사장이 직접나서 '국가기간송전망확충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21대에서 정쟁 속에 무산된 데 이어 22대에서도 발의는 됐지만 여전히 상임위 통과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재발의된 특별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지역주민 설득과 보상금 재원 마련 문제도 남아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계통 전문가는 “현재 국내 송전망은 포화상태로 추가 건설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 분산 전력을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송전선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같은 송전망 상태라면 신규 원전이 들어와도 2030년 경에는 전력을 생산해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력 수요는 전체의 44%가 집중돼 있는 반면 공급설비는 34% 수준밖에 없어 나머지 모자란 부분은 호남, 강원, 충청 지방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향후 수도권 송전망은 전기화에 따라 증가하는 양에 더해 지방에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실어나를 만큼의 능력을 확충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수도권 송전망은 현재 수요만으로도 포화상태이다. 일각에서는 수요지 근처에 발전소를 짓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데이터센터도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없어 지방의 발전소 인근으로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송전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통한 가격 신호 제공으로 수요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영환 교수는 “수도권으로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하고, 지역 거점 수요지역을 서로 연계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조금씩 소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이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의 효율화를 위해 건설 기간이 2~3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은 LNG발전소를 수도권에 지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지역에 있는 폐쇄 예정인 노후 석탄발전소 물량을 상대적으로 오염물질이 덜 한 LNG 발전소로 수도권에 배치하면 대규모 송전망 확충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산업단지 등에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소를 활용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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