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에 직면한 현대자동차·기아가 배터리 제조사, 관리시스템(BMS)을 공개하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최근 내놓은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판매량이 신통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차 판매량 방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자사 전기차의 배터리 설계를 자세히 공개하고 'EV 안심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민심잡기에 전념할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기술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공개했다. 이달 연이어 벌어진 전기차 화재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취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를 극복할 야심작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을 시장에 공개했다. EV3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출고됐고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 19일 공식 출시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두 모델이 출시 된지 한 달도 되기 전에 '인천 청라 벤츠 EQE 화재'가 발생했고 연이어 기아 EV6, 테슬라 모델X에도 불이 붙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이은 화재사고는 '전기차 포비아'로 확산됐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이 90% 이하'인 전기차만 주차할 수 있게 권고하는 등 전기차 판매에 불리한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현대차·기아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자사 전기차의 안정성과 기술력을 상세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가장 앞장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24개 차종 가운데 코나·니로·레이 EV 3종을 제외하곤 모두 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자사의 BMS도 선보였다. BMS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두뇌'인 동시에 자동차에 필요한 제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배터리의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고객에게 통지해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과충전과 전기차 화재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90% 충전 제한'에 정면반박하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소비자가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하며, 운전자가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충전량은 총 3개의 마진이 반영된 결과"라고 공개했다. 즉, 소비자들에 제공되는 베터리 잔량보다 실제 용량이 더 여유로운 것이다.
더불어 BMS가 충전량을 정밀하게 제어해 사전 차단하기 때문에 과충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충전량을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배터리 제조 결함이 없도록 배터리 셀 제조사와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BMS를 통해 사전 오류를 진단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고객 지원도 늘린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를 실시했다. 9가지 중요 항목에 대해 무상 점검을 운영하고 있다.
또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감지한 배터리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 화재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안전관련 기술력과 노하우에 기반한 다양한 안전장치와 더불어 다양한 고객 접점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전기차 안전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