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 행위가 혁신 등 경쟁촉진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논의 중인 사전 지정 규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의 KDI 포커스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는 스스로 만든 플랫폼에서 자사나 계열사의 상품·서비스를 경쟁사업자보다 더 유리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흔히 '심판이 선수로 뛰는 상황'으로 비유된다.
구글의 자사 비교쇼핑 검색 우대, 애플의 사용자 데이터 추적 기능 관련 자사 앱 우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쿠팡은 지난 4월 직매입·자체브랜드(PB) 상품을 부당하게 우대했다는 이유로 14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 우대 행위로 경쟁자의 비용이 상승하거나 거래를 봉쇄하는 효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사업자의 상품·서비스가 불리한 위치에 노출돼 거래 기회가 줄고 이에 따라 광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에 유리한 상품 배치 등은 플랫폼이 정보를 왜곡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며 '착취적 남용'의 성격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가 상품 가격 인하, 품질 유지·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여주는 '원스톱 쇼핑 창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이 수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틈새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상품 다양성을 제고해 경쟁·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도 봤다.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는 경쟁 제한적 효과와 경쟁 촉진적 효과를 함께 가질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동태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전적으로 자사 우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자칫하면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외에서 논의 중인 사전 지정 규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사전 지정은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거대 사업자 플랫폼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냈다.
사전 지정이 예방 효과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모든 자사 우대 행위가 아닌 효율성 효과가 제한적인 유형에 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김 연구위원은 “사전 지정이 이뤄지더라도 사건별로 행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쿠팡의 자사 우대 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