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업계가 체코 원전 수출에 미국과의 협조를 자신하고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이 미국이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부는 즉각 미국과의 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를 보유한 사모펀드가 한국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을 활용해 지식재산권 등을 빌미로 고가에 매각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체코 원전 수출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태클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한·미 양국 정부 간에는 원전을 포함해 재생·수소 등 에너지 전반에 관해 협력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부는 양국 원전 기업 간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 하에 미국측과 지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강국인 미국 기업과 우수한 기자재 공급망과 더불어 바라카 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을 성공시킨 우리 기업 간에 최적의 해외원전 공급망을 갖추게 되면 수주경쟁력 제고와 양국 원전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한미가 처음부터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 원전 수주에 뛰어들기보다 둘 중 어느 국가가 수주하더라도 그 나라 사업에 참여하는 형식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지난해 상업운전에 성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현재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 규모로 1000∼1200메가와트(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 미국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내년 초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 “웨스팅하우스의 비즈니스적 협상 전술 불과, 체코 활용해 한국에 매각 시도 할 가능성"
업계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의 비즈니스적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경제와 통화에서 “미국이 한국의 원전 수출을 제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한국과 미국은 원전 수출에서 협력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유리하다. 현재 뉴스케일의 SMR(소형모듈원전) 등 한국과 투자 협력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웨스팅하우스가 자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체코 정부는 이 문제를 알고도 우리를 선택했다. 미국이 제기한 지적재산권 문제는 끝까지 가든지 아니면 우리나라와 조정을 하든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걸로 수출에 차질을 빚는 것은 사실상 파국으로 가는 건데 미국도 안보 전략 차원에서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시 미국과 '윈-윈' 협상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전 수출 관련 협약을 체결한 것도 양국이 결국엔 체코 원전 수출에 협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가 건설한 동구권의 일부 발전소의 핵연료를 웨스팅하우스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과가 있다"며 “한국이 새 정권에서 원전 수출 등을 국정 과제로 추진한다는 것을 다 알고, 듣고, 보고 있는 만큼 이 시기에 최고 가격을 받고 한국에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 한미 정상이 원전 협력을 약속한 시기에 웨스팅하우스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국제관계 상 이미 상당수 물밑 흐름이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미 원전 협력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전 세계 원전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원전건설의 대명사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 건설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고리 1·2·3·4호기, 한빛 1·2호기는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원자력 발전소다. 설계도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우리나라가 만든 한국형 APR1000 원자로 도입 발전소가 한빛 3·4·5·6호기, 한울 3·4·5·6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12개 발전소다. 이 발전소들에 대한 설계 원천 지식재산권(IP)도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다. 이후 신고리 3·4 호기부터 도입된 APR1400은 우리나라가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만든 발전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설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는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양국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며 “UAE 바라카 원전에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게 '윈-윈'"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사와 GE(제너럴일렉트릭)를 앞세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자 한다"면서 “미국과 연합팀을 구성하면 수출 때 타국에 대한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