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부인 정우영 여사와 함께 경남 김해시 봉화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면서 '그리움'과 '다짐'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권 여사는 이날 “귀한 시간을 쪼개 봉하마을까지 와주셨다"면서 김 지사 내외를 환대하자 김 지사는 “제가 오히려 영광이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다짐을 위해 뵈러 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권 여사, '김동연의 운명' 언급
김 지사는 권 여사 예방에 앞서 봉하마을에서의 첫 번째 일정인 묘역참배를 하고 방명록에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더 크게 이어가겠습니다. 2024년 8월 31일 경기도지사 김동연“이란 글을 남겼다.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 나오는 소 타이틀 중 하나이며 '사람 사는 세상'은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이다.
이날 방명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김 지사의 '그리움'과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을 더 키워서 이뤄내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담겼다.
환담 석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 지사 주도로 만들어진 국가전략보고서 '비전 2030'이 화제가 됐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아주대 총장 시절(2017년) 문재인 대통령님께 경제부총리 제안받았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다"면서 “하지만 문 대통령 캠프에서 대선 시절 '비전 2030'을 기본으로 삼았으니, 들어와서 야당(현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보고서를 실현해달라고 설득해 결국 맡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당시 야당이 좌초시킨 보고서가, 지나고 보니 정치를 하는데 전기가 됐다"고 술회했다.
그러자 권 여사는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정책이 좌절된 것이 많은데 그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전 2030'"이라며 “참여정부에서 기획했던 '비전 2030' 때문에, (김동연 지사가) 다시 정부에 참여하시고, 정치를 하게 되셨는데, 정치인의 삶은 '운명'인 것 같다"고 했다.
권 여사의 이런 말은 '비전 2030'을 고리로 한, '김동연의 운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 여사는 이어 “(노무현)대통령이나 김동연 지사님이나, 모두 의지를 갖고 고생하면서 삶을 개척해 오신 분"이란 말도 했다.
김 지사, '족발불급' 언급하며 같은 상고 출신 강조
이에 김 지사는 '족탈불급'(足脫不及/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함)이라는 성어를 인용한 뒤 “외람된 말씀이나 대통령님과 저는 상고(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상고, 김동연 지사 덕수상고)를 나왔고, 삶의 여정이 비슷해서인지 (노 전 대통령 유고집인) '진보의 미래'를 읽으면서 대통령님의 생각이 이해됐다"고 강조했다.
'비전 2030'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에 발표된 보고서로 기존 '선 성장, 후 복지'의 패러다임에서 최초로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국가전략으로 대전환보고서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됐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역시 비전 2030의 핵심 내용이었으며 대한민국 미래를 내다본 보고서, 현시점에서는 많은 부분이 상식이 된 보고서를 주도해서 작성한 사람이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지금의 김 지사이다.
김 지사, 권 여사에게 '한과' 선물...권 여사, 노 전 대통령 어록 새겨진 부채로 답례
김 지사는 권 여사에게 대한민국 제26호 식품명인(김규흔 명인)이 경기도 포천시에서 만들고 있는 한과를, 권 여사는 김 지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이 새겨진 부채를 선물했다.
부채에 새겨진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은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입니다'였다.
김 지사와 권 여사는 면담 후 함께 만찬을 함께 했으며 만찬장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노무현재단 이사장), 곽상언 김정호 김현 의원 등도 함께 자리했다.
김 지사, 특별대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강조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정우영 여사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봉하마을 문화 체험 기획전시관에서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기획전시를 관람했다.
이어 김 지사는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대담에서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국민의 불만과 분노지수가 점점 올라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얼마 전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의료대란 현실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처럼 얘기해 놀랍고 분노가 치밀었다“며 "달나라 대통령인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아울러 의료대란, 광복절 문제, 노동부장관 인사 논란 등의 해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답하고 “정부 내에 대통령에게 목을 걸고 진언하는 사람이 없고 비슷한 확신범끼리 모여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정 하나를 끝내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김 지사 내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의 환영을 받아 20m 이동하는데 20분 이상 걸릴 정도였다.
또 자원봉사자, 상인, 대학생 등의 사진 촬영 요청을 많이 받았다.
실례로 한 푸드트럭 사장님은 “뉴스를 통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기다렸다"면서 트럭에서 내려와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