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건설업계의 '실적 한파'가 끝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가 진정에 금리 인하도 예고된 가운데 정부 역시 이달 중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중국 부동산 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올해 들어 3분의 1 이상 급락했다. 원자재정보업체 아거스 자료를 보면 중국 칭다오로 수출되는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기준 t당 92.2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t당 가격이 140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도 작년 12월 t당 141달러였던 철광석 거래가가 지난달 중순에는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았던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시멘트 원가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2022년 444달러 수준까지 올랐던 거래가가 지난 6월 1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유연탄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며 급등한 대표적인 원자재 중 하나다. 2020년만 해도 유연탄 t당 가격은 60달러 중반 수준이었다.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과 물가 자체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닥터 코퍼' 구리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소비자물가도 예상치에 부합하고 있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또한 중동 분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최근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감산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36달러(3.11%) 빠진 73.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지 주목된다. 원자재 가격 하락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시멘트 등 품목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게 골자다.
건설사들도 비용 감소 전망에 따라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장 불황과 원가 상승에 부담을 느꼈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위주로 수주에 욕심을 낼만한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공사 원가 상승 압력이 낮아진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 규제 완화로 대단지 재개발·재건축 물량도 속속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갑작스럽게 치솟은 원가 부담에 장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대부분 기업들은 매출이 성장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고민에 빠졌다. 올해 들어서는 대형사 위주로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전년 대비 역기저효과가 나며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각각 6200억원, 3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9%, 0.3%씩 오른 수치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건설사 건축·주택 원가율은 공사비 상승분이 미반영된 2019~2022년 착공 물량이 준공됨에 따라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작년 이후 분양 물량이 다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일시적 비용 반영 리스크도 있어 재무 건전성은 기업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