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7일(화)



[이슈&인사이트] 공직자 지인과 한끼 5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해도 괜찮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0 11:00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추석이 코앞이다. 친한 지인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과 반가운 마음에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푸는 만남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그런데 상대방이 공직자인 경우에는 선뜻 먼저 식사를 하자는 말을 하기가 좀 그렇다. 괜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때문에 상대방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행위는 첫번째로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것이다. 금전적인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부정청탁은 누구든지 금지되며, 제3자를 위하여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제3자를 통하여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두번째로 금지되는 행위는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그 공직자 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세번째로 금지되는 행위는 금품 등의 수수, 요구, 약속이다. 청탁금지법은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에 300만원을 기준으로 공직자 등이 직무관련성이 없이 위 금액을 초과하여 금품 등을 수수, 요구, 약속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서 위 금액 이하를 받는 경우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위 금액을 초과하여 금전을 받는 경우 형법상 뇌물죄의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금품 등의 범위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은 물론이고, 음식물이나 골프 등 접대나 향응이 포함되며, 대법원은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성관계를 가지는 것도 뇌물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해석을 한 바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행위에는 일정한 예외가 있다. 가령 부정청탁의 금지와 관련하여서는 법령이나 공공기관 등의 내부 기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르는 경우, 공개적으로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공익목적에서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정기한 내의 업무처리를 요구하거나, 사실관계의 확인이나 증명을 신청 또는 요구하는 행위, 질의나 상담 형식을 통해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행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부정청탁 금지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금품 등의 수수, 요구, 약속행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나, 상급 공직자가 제공하는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나 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 사적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등,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8월 27일부터 식사비의 허용 가액 범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변경하였으므로, 공직자 등과 5만 원 이하 범위에서 식사는 허용된다.


그리고 올해 1월 하급심은 내연녀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5억 원 가량을 장모, 처제, 동생 명의의 통장으로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금품 등의 수수여부를 판단하면서 해당 내연녀와 사실혼 관계에 있고, 실제로 혼인을 약속한 점 등을 고려하여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차명계좌를 운영한 부분에 대해서만 금융실명법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해석은 종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금품의 수수, 요구, 약속 금지의 예외사유인 '친족'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던 것과 배치되는 것이므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각건대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는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여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 기준이 직무관련성에 따라 나뉘므로, 사실상 내연녀로부터 직무수행에 관한 부정청탁을 받았거나, 그 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다면, 실제 사실혼 관계에 따른 혼인생활이 영위되었는지, 외관상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혼인관계를 가장한 것은 아닌지 여부 등을 엄격히 판단하여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추석을 앞두고, 공직자 등에 포함되는 지인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운 자리이기 보다는 행복하고 반가운 만남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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