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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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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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까지 이어진 정부의 경제낙관론…체감경기 개선 국면으로 전환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4 08:00

정부와 KDI 등 외부 평가서 경제진단 온도차
7월 소매판매 2.1% 줄어…건설투자 5.3% 감소
8월 기업 체감경기 두달째 악화…제조업·비제조업 동반↓
한은, 경기적 요인,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 등 구조적 요인 작용
정부, 내수 회복 속도 상대적으로 더뎌…민생·체감경기 어려움에 개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3분기까지 정부가 '내수 회복 조짐' 진단으로 경제낙관론을 이어온 가운데 체감경기 개선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은 다섯달째 이어졌다.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평가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부문별 속도차'를 언급하며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선순환 효과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9일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0개월 연속으로 '내수 둔화·부진 진단'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를 비롯해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점도 내수 회복 제약 요인으로 언급했다. 서비스 소비 역시 티몬·위메프 사태 등 영향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부의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이 계속되고 있지만 KDI 등 외부의 평가와는 온도 차가 여전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내수를 진단할 때 쓰는 소매 판매가 7월에는 1년 전보다 2.1% 줄었다. 백화점·마트 등 카드 승인액과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긍정적 요인이었지만 소비자 심리지수 하락(-2.8p) 등은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내수 지표인 건설투자도 토목공사 실적 부진으로 5.3% 감소했다.




건설수주 증가는 중장기 건설투자에 긍정적, 낮은 수준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2.2%)과 설비투자(18.5%)는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량, 차량연료 판매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주식 거래대금 감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두달째 악화한 것도 또 하나의 부정적인 요인으료 꼽힌다. 지난달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p) 하락한 92.5이었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제조업과 비제조업 체감 경기가 모두 나빠졌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대선 관련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가능성,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라는 분석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도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것은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조적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자본 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한 점을 꼽았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최근의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를 제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지표 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이라는 게 한은 분석이었다. 금리 인상이 자영업자와 30~40대 가구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점도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한은은 “체감 경기 부진에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 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과 같은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내수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뎌 민생과 체감경기 어려움이 여전한 상황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날 28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에서 “물가안정 기조를 안착시키고 민생과 체감경기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1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 전담반(TF) 회의에서 “수출 중심의 경기회복 흐름이 경제ㆍ민생 전반으로 조속히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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