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안팎의 시간에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시장에선 숏폼이 짧은 모바일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숏폼에 이용자들의 '시간'을 내주며 게임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 게임사들은 숏폼과 비슷한 매력을 지닌 게임을 앞세워 유저 사로잡기에 나섰다.
18일 KT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숏폼 열풍이 강화됐다. '즐겨보는 온라인 콘텐츠 유형'을 물은 결과 '15초 이내 짧은 영상'이 1위에 오르며 지난해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젊은 세대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며 숏폼이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젠지(Z세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콘텐츠를 시청할 때 1.5∼2배속 시청을 하거나 영상을 넘기면서 보는 특성을 보였다. 시간을 절약하고 지루한 부분을 넘기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다수였다. 이로 미뤄볼 때 짧은 시간 안에 좋아하는 셀럽의 활동 소식부터 트렌드까지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숏폼은 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게임업계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통상 게임은 유저의 시간을 가져와야 하는 사업이다. 숏폼을 즐기는 이가 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레 게임 내에서 지갑을 여는 이용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모바일 게임 거래액은 감소 추세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발표 자료를 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거래액은 4조968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월~8월·5조3468억원) 이후 거래액 그래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게임사의 경쟁자는 타 게임사가 아닌 숏폼", “게임은 숏폼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숏폼에 뺏긴 인기를 되찾기 위해 게임업계는 숏폼과 유사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게임 출시로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게임사들은 잇따라 '방치형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넷마블이 선보인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카카오게임즈의 '그랑사가 키우기: 나이츠×나이츠'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출시 예정작에도 방치형 장르가 대거 포진돼 있다.
컴투스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서머너즈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자체 개발 신작 방치형 게임 '서머너즈워 레기온'을 준비 중이다.
하이브IM은 액션스퀘어와 '삼국블레이드 키우기'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삼국블레이드 키우기'는 액션 '삼국블레이드'의 IP를 활용한 신작 방치형 게임이다.
대다수의 방치형 게임은 별다른 조작 없이도 캐릭터가 성장하고 재화가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작 방식이 단순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짧은 플레이만으로도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숏폼의 인기로 미뤄볼 때 많은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는 게임은 숏폼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방치형 게임의 경우 짧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충분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숏폼으로부터) 이용자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