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악성임대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안전판이 일부 마련된 만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차례라는 이유에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대란'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임대·임차인간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는 계속 늘고 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고 있는 전세 사기범, 즉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는 845명에 달한다. 이들이 임차인에게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변제해준 전세보증금은 3조3469억원 규모다. 지난해 4월만 해도 관리 대상은 500여명, 변제 금액은 1조3000억원 수준에서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HUG가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줬지만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들이다.
특히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상위 10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변재해준 금액은 총 83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위변제액의 25%를 차지하는 양이다. 이들은 서울·경기·인천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4022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악성임대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부동산원 관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은 총 2142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44건, 2021년 353건, 2022년 621건, 작년 665건으로 뛰었다. 올해는 1~8월에만 459건의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도를 통해 실제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총 474건으로 전체의 22.12%에 불과했다. 조정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은 37.4%였다.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사기 후폭풍'이 아직 불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2년 7월부터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전세사기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특별단속을 추진한 결과 24개월간 2689건을 적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는 8323명으로 이 중 610명이 구속됐다. 단속 기간 경찰이 확인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1만6314명이다. 피해액은 2조4963억원에 달했다.
이는 수요자들의 심리를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원룸 등 주거비는 급등했다. 빌라에 대한 기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아파트 쏠림'이 심화했다. 올해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도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안은 꾸준히 마련돼왔다.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대표적이다. LH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차익을 보상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인 보증금의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인정할 수 있어 세입자는 최대 7억원까지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악성임대인에 대한 처벌 수위는 변화가 없다. 인천지검에서는 45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모씨의 형량을 오히려 낮춰 논란이 일기도 했다. 1심이 가해자에게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 이를 7년으로 낮췄다.
맹성규 의원은 “HUG가 관리 중인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상위 10명의 보증사고 주택이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지역과 겹친다"며 “악성임대인 관리가 전세사기를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HUG와 국토교통부의 악성임대인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예방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