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와 최고경영자(CEO)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이의 여론전이 주말에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을 약탈적 M&A와 방만 경영이라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혔던 해외 자본의 고려아연 지배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흐름이다. 이에 다음달 4일까지 공개매수 마무리 기간 동안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주말에도 여론전 치열했지만 가장 큰 쟁점인 해외자본 문제 흐지부지
22일 산업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양측은 추석 연휴 이후 서로의 잘못을 꼬집으며 치열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만 보더라도 우선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 일동이 영풍과 MBK의 약탈적 M&A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의 방만 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그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시 고려아연 사외이사 일동이 MBK가 손을 잡은 영풍이야말로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 등에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반박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여론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해외자본의 고려아연 인수 문제가 오히려 물밑으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은 추석 연휴 이전 MBK에 중국계 자본이 투입됐으며,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한다면 향후 해외 기업에 이를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BK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 펀드라고 정면 반박했으며, 고려아연 지분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에서도 해외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더 이상 해외자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일본 도쿄에 방문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일본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을 방문했다. 이는 그동안 고려아연과 협업해 온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우군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일가인 최내현 켐코 회장과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등도 호주 등에서 우군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 공개매수 마감 시한 성큼···최윤범 회장, 우군 확보에 경영원 방어 달려
아울러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기한 마감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 지금의 분위기라면 여론전보다는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개매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MBK의 공개매수 기간(지난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은 추석 연휴과 한글날 등 공휴일이 다수 포함됐다. 마감 기한이 남은 영업일 기준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단기간에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우군을 확보해 직접 지원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IB(투자은행) 업계의 중론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우군을 확보한다면 MBK의 공개매수에 역공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를 해소한 만큼 MBK가 제시한 66만원보다 더욱 가격을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 중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7.75%)·현대차그룹(5.05%)·LG화학(1.89%)·한국투자증권(0.77%) 한국타이어(0.75%), 모건스탠리(0.48%) 등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거론된다. 이들이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아울러 일본 등 해외에서 백기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추석 연휴에 일본을 방문한 만큼 그에 따르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