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뉴욕증권거래소(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5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최대 수혜 자산으로 주목받던 금도 투매 대상이 되면서 시세가 3000달러 붕괴를 앞두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제 해소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투매 바람이 다시 불 가능성이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50% 급락한 3만8314.8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97% 떨어진 5074.0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82% 하락한 1만5587.79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공포가 덮친 2020년 3월 16일(-12%) 이후 5년 만에 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지난 2 거래일 동안 10% 가량 급락하면서 시총이 무려 5조4000억달러가 증발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16일 고점 이후 20%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그동안 뉴욕증시를 이끌었던 7대 대형 기술주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는 시가총액이 전날 약 1조달러에 이어 이날 8000억달러 가량이 증발했다. 애플 주가는 10개월 만에 200달러선이 붕괴했고 엔비디아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데다 중국 정부가 이에 대응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맞대응 조치를 비판한 것도 경기침체의 공포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패닉에 빠진 중국은 잘못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크 페롤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나섰던 긴급 소방수가 이번엔 없을 것이란 관측도 투매심리를 자극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아직 정책 변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EP웰스 어드바이저의 애덤 필립스 이사는 “트럼프는 우리 모두에 실망감을 안겼지만 이를 끝내는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다"라며 “연준 혹은 미 의회가 대응에 나서지 않는 이상 증시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고 이것(연준·의회 대응)은 곧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무역전쟁이 경기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원자재 시장에서도 투매가 나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7.41% 폭락한 배럴당 61.9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21년 4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가격의 주간 낙폭은 10.63%에 달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6.50% 내려앉은 배럴당 65.58달러에 마무리됐다.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합의가 맞물린 것이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WTI의 올해 말 목표치를 62달러, 브렌트유 목표치를 66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전쟁 속 주목받던 대표 안전자산인 국제금값도 3%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3024.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입 투자자가 마진콜 상황(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한 경우 현금 확보를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매도하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의 경우 마진콜에 대응하는 유동자산 성격이 있다"며 “위험 이벤트가 벌어진 이후 금을 매도하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려할 때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투자자들의 탈출 러시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입을 모은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오리니 수석 전략가는 “무역전쟁 격화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은 출혈을 겪고 있으며 더 많은 고통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물러서지 않는 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제이 우즈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변동성지수(VIX)가 보여주듯이 시장에 공포가 있음 모든 것들이 투매된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인데 워싱턴의 변덕에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만큼 탄핵정국에서 갓 벗어난 코스피도 위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86% 내린 2465.42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되면서 낙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실제 옆나라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전날 2.75% 급락하면서 지난 2거래일 동안 5% 가까이 후퇴했다.
46%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된 베트남 호찌민 증시 대표 지수인 VN지수는 지난 3일 6.68% 급락해 2001년 9월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엔 1.56% 추가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