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노인(시니어, Senior) 전용 주택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 상 평균연령이 계속 올라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공급에 속도를 내는 수준을 넘어 전용 평면까지 설계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시니어 주거 모델 개발'을 위해 신한라이프케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노인복지주택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는 차원이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신한금융그룹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 산하의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 전담 자회사다. 그간 축적해온 주거 공간 건설기술 및 노하우를 신한라이프케어가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운영하며 확보한 경험과 접목하겠다는 게 현대건설 측 생각이다.
특화 디자인도 연구한다. 현대건설은 길 안내를 돕는 '히어 앤 썸웨어'(Here & Somewhere)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힐스테이트 지하 주차장에 적용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연령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고 명료하게 정보를 이해하도록 돕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현대건설은 이밖에 이지스자산운용과 서울 은평구에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 6층~지상 14층, 총 214가구 규모 임대형 노인복지 주택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서울 마곡지구 복합단지 내에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건설 중이다.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총 810가구 크기다. 의료 케어를 별도로 제공하는 등 시니어 입주민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한미글로벌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도 내년 3월 도심형 시니어 주택 '위례 심포니아'를 총 115가구 규모로 공급한다.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내일의 주거공간 전략과 평면'이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열고 시니어 전용으로 설계된 신평면을 공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8개 타입에 9가지 특화요소로 다양한 조합을 구현했다. 미래 가족구성 형태를 3~4인 가족에서 나아가 비혼·딩크·액티브 시니어 등으로 세분화했다. 시니어 부부 안방에는 침실 내부에 전용 거실공간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대우건설은 고령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디자인을 연구하는 등 시니어 주택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펼치면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2동을 지을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시니어 주택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50여년 뒤인 2072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은 65세 이상 고령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기준 고령인구 비율이 19.2%다. 46.1세인 중위연령 또한 같은 기간 63.4세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다. 이는 세계 평균(72.6세)보다 10년 이상 높은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령별 인구분포의 변화와 함께 고령화 비율이 가속화됨에 따라 시니어 세대를 고려한 주거 공간의 필요성 또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