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고향사랑기부금을 지방 유휴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24일 '부동산 플랫폼 투자를 활용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은 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와 수도권 등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한 곳이 상당수다. 전국 읍면동의 54.5%가 소멸위험지역이고, 빈집과 빈 상가가 지방중소도시에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빈집은 10만8000호로 집계됐다. 비율은 전남(15.2%), 제주(14.2%), 강원(13.1%), 전북(12.9%), 경북(12.8%) 순으로 높았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보고서가 주목한 점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다. 연약한 지방재원 보완,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 등을 목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휘발성 높은 기부금 활용, 차별성이 부족한 답례품 등 허점이 상당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은 약 651억원이 모였다. 답례품으로는 가공식품, 농축산물·수산물 등 일회성 상품이 83.5%(98억4000만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정주인구(이주)와 교류인구(관광)에서 관계인구로 인구 패러다임이 변하고, 관계인구를 늘리는 데에는 부동산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지방 부동산소유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고향부동산 토큰증권'(Hometown Real Estate Security Token, H-REST)을 제안했다. 소멸지역의 관계인구 증가,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의 다양화 등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투자인 H-REST는 크라우드 펀딩 중 기부형과 지분투자형이 혼합된 형태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투자와 소유 △누구나 쉽게 참여 △실시간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전체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의 83.5%를 차지하는 '일회성 특산품'에서 '영구성 부동산'으로 △기부금의 성격을 '소멸'이 아닌 '소유(참여)'로 △지역과의 관계를 '일회성'에서 '지속적 관계'로 전환하자는 게 보고서의 제언이다.
고향사랑기부자는 현재 세액공제와 일회성 답례품을 받는다. 고향사랑e음에서 H-REST를 선택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부동산의 지분소유권과 유사한 토큰증권을 받는다.
H-REST는 답례품을 즉시 지급하지 않으나 투자한 부동산(구매 토큰)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역화폐, 특산물 등으로 지속해서 배당(리워드, 비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H -REST는 개발·기획, 자금 조달, 매입·투자, 설계·시공, 임대·관리, 리워드 제공, 매각 등 부동산 가치 사슬에 따라 지자체(공공), 자산·임대 운용자, 부동산 소유자, 제3섹터 등이 역할을 분담한다.
지자체는 H-REST 상품의 기획·선정, 고향사랑e음 등록 등을 지원하고 민간 자산운용자는 개발·기획 제안서를 지자체에 제출하는 식이다.
현재 토큰증권은 유가증권 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답례품으로 허용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토큰증권을 답례품으로 가능하도록 지자체 조례 개정 △유사 토큰증권인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 형태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DAO 형태는 토큰 소유자, 즉 고향사랑기부자는 기부를 통해 취득한 토큰으로 비금전 혜택을 받는다. 이것은 부동산 지분소유권 토큰증권과 달리 DAO의 구성원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일본은 고향납세에 대한 답례로 대체불가토큰(NFT)을 제공 중이다. 디지털 주민 자격을 부여하는 등 DAO로 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관광공사에서 디지털 주민증을 발행해 관광 할인 혜택 사업을 시행 중이다.
국토연구원은 “H-REST는 경제 모델에서 공공 이익 모델인 국민신탁운동에도 확장·활용할 수 있다"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등 국가유산과 함께 그 주변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서 토지와 건축물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 기반 플랫폼 투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