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나라가 선정된 이후 과연 본 계약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덤핑(저가 수주), 미국 웨스팅 하우스의 지적재산권 분쟁 논란 등 오해와 진실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불식시키고자 지난주 직접 체코를 다녀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주계약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의심의 여론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나라가 선정된 이후 프랑스 언론들은 한국이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입찰했다는 덤핑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체코 유력 언론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난성 기사가 나오면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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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24조원'(4000억코루나)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국이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상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훨씬 많은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것은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며 “현재 체코 정부가 60억유로(약 9조원)의 원전 사업비를 결정했을 뿐 남은 비용 조달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이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애초 한수원이 예상한 계약 금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프랑스의 덤핑론, 체코 측에서 위험 무릅쓰고 부실 저가 계약할 이유 없어"
다만 원전 업계에서는 프랑스 언론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약한 공격으로 보고 있다. 과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원전 수주 당시 가격면에서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자력소통센터장은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프랑스는 공사비로 kW당 3800달러, 우리나라는 3200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바라카 원전에서도 우리만의 가격으로 수주한 바 있듯이 덤핑론은 프랑스 측의 면피를 위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체코 신규원전 건설 사업 발주사(EDU II)를 포함해 총 206명의 전문가들이 총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5개월 이상 검토한 결과"라며 “팀코리아가 손해가 예상되는 덤핑 입찰을 할 이유가 없고 체코도 부실공사 걱정을 하면서 저가입찰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체코 정부가 발표한 총 사업비 24조원 규모로 미뤄 보면 팀코리아는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에너지안보, 탄소중립은 글로벌 에너지정책의 화두다. 많은 국가들이 원전비중을 늘리려는 이유"라며 “체코원전 수주는 우리 원전 산업계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덤핑입찰 논란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언론의 마타도어식 덤핑론 제기는 유럽 텃밭에서 한국한테 수주를 뺏긴 것에 대한 시기, 질투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원전 수출 전문가는 “체코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권이며 원전의 유럽 맹주라 할 수 있는 프랑스가 우리와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고 프랑스도 체코원전 수주를 당연시 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되자 프랑스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고, 프랑스 언론들은 우리나라가 손해볼 가격이라며 덤핑론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약속된 예산으로 적기에 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적절한 가격을 제시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본계약 전까지 지속적으로 방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체코 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7월 24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시한 가격이 덤핑이 아닌 공정한 가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도 24일 국무회의에서 체코원전 수주 논란에 대해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말이 있다.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이다.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나.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의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과 양국의 협력 강화를 다짐한 것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체코공화국을 공식방문해 파벨 대통령, 피알라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 따른 후속 조치들과 함께 한-체코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 한국과 체코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며,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성공을 위해 민관 팀코리아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한결같이 한-체코 원전 파트너십이 흔들림 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며 “앞으로 원전의 건설, 운영,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친 한-체코 '원전 동맹'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각 부처는 이번 체코 방문을 계기로 정부 부처 사이에 맺어진 협력 약정과 후속 조치들을 충실하게 이행해서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성과가 도출되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체코 언론 김건희 여사 관련 악의적 보도, '사기꾼' 표현 추후 삭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부터 2박 4일간 체코 공식방문을 소화했을 당시 체코 현지 언론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악의적으로 보도한 내용"이라며 이를 인용한 국내 언론에 아쉬움을 보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체코의 대표적인 대중지로 알려진 '블레스크'는 김 여사와 관련한 탈세와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각종 의혹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김 여사를 가리켜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추후 삭제 조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한 23일 브리핑에서 “기사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표현이 삭제 조치된 것을 다시 한 번 내신(內信)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영부인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폄하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외신 보도를 굳이 내신에서 보도할 필요성이 있는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체코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중동에 이어 원전 부흥의 중심지인 유럽에서 한국의 원전 기술과 건설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원전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안방인 유럽에서 유력한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K-원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태다.
체코 정부는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으로 추진하는 이번 사업 입찰에서 최적화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한수원과 EDF의 경쟁력을 검증했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 공기 준수, 기술력, 인허가성, 안보성, 수용성 등 다층 평가에서 EDF를 뛰어넘는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 원전은 기술력에서 프랑스에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프랑스를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세계원자력협회(WNA) 조사에 따르면 각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한국이 ㎾당 3571달러로, 프랑스 7931달러의 절반 이하이며, 미국 5833달러와 비교하면 60% 수준에 불과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국은 공기에 맞춰 제때 원전을 건설하고 예산 초과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역량을 갖춘 최적의 파트너"라며 “체코 측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폭넓은 수주 활동을 벌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