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전력기기 수요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회사의 실적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4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전력기기 산업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양사 모두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채선영 한신평 연구원은 “필수불가결한 글로벌 전력망 투자가 중장기적인 수요를 견고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현준 나신평 연구원은 “변압기 등의 전력기기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해 과거 대비 크게 증가한 전력망 투자의 집행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민간 유틸리티사의 중단기 투자 계획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전력기기 수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전력기기 수요 장기화 이유로 △인공지능(AI) 발전 및 데이터센터의 성장 △전기화, 기온 상승 등 생활환경 변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발효에 따른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현상 △탈탄소화 흐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계획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수요 등을 지목했다.
채 연구원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분산 보관하려는 기업과 개인의 요구가 데이터센터 및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며 “AI, 자율 주행, 가상화폐 채굴 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기술 발전으로 방대한 연산이 필요해지면서, 대규모 스토리지와 전력이 필요한 생성형 AI가 다수 출시됨에 따라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은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말 9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1300억원 △2023년 3152억원 △2024년 상반기 3388억원 등으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LS일렉트릭도 △2022년 1875억원 △2023년 3249억원 △2024년 상반기 2034억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효성중공업 역시 유사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초 4만2050원이었던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7배 이상 상승해 30만원을 훌쩍 넘겼다. 같은 기간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의 주가도 각각 3배와 4배 상승했다.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우호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전력기기 공급 부족 현상의 수혜도 누릴 전망이다. 채 연구원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높아진 가격이 유지되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선별적인 수주가 각 사의 수주이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등의 건설 단계에서 변압기, 차단기와 같은 전력시스템이 설치된 이후 건설 후반 단계에서 배전기기가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발주되지 않은 미래 수요도 잠재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