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전시회 '바이오 재팬 2024'에 총출동해 글로벌 CDMO 수주전을 펼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 미국의 중국 CDMO 기업 견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일본 CDMO 기업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도 참가해 후지필름의 홈그라운드에서 중국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요코하마 파시피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바이오 재팬 2024에 참가해 글로벌 잠재 CDMO 고객과 비즈니스 네크워킹 및 수주 활동을 펼친다.
올해로 39년째를 맞은 일본바이오협회 주최의 바이오 재팬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 행사로 올해에는 세계 1위 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와 일본 최대 CDMO 기업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를 비롯해 다케다제약,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로슈 등 전 세계 148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가한다.
특히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개최기간이 겹치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2024'(현지시간 8~10일 이탈리아 밀라노 개최) 대신 바이오 재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바이오 재팬에 얼마나 공들이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업계에 따르면 존림 대표는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을 앞두고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세계 CDMO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탈리아 대신 일본행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미국 연방 하원은 중국 최대 CDMO 기업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 반대 81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중 상원 통과도 점쳐진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기준 글로벌 CDMO 시장은 1위 론자(25.6%)에 이어 2위 우시바이오로직스(12.1%), 3위 미국 카탈란트(10.1%),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9.9%), 5위 후지필름 다이오신스(6.8%), 6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5.9%)이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공격적인 설비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카탈란트는 지난 2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글로벌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생산 등에 활용하기 위해 인수했고 베링거인겔하임은 별다른 설비증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공격적인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생물보안법이 최종 통과되면 전체 수주물량의 5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유럽 기업들이 생물보안법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이번 바이오 재팬 2024에 참가해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계획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항약물접합체(ADC) 사업을 소개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 세계 10위권 CDMO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업계는 미국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더라도 상당기간 유예기간이 적용될 수 있고 중국 내수 바이오의약품 시장만 2030년까지 약 9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만큼 우시바이오로직스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 글로벌 CDMO 시장이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후지필름의 3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아 결국 '중국 빈자리'를 선점하려는 3사간 수주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