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혹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지방에 거점을 둔 기업들은 여전히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여력이 없어 대규 정비사업 등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라 부실율도 치솟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부도난 건설사는 22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부도를 낸 업체(21곳) 수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면허별로는 종합 7곳, 전문 15곳이 문을 닫았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기반을 둔 경우가 19곳이었다.
특히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고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등 시장이 회복됐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 건설사들은 여전히 '악성 미분양'에 힘들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를 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7550호로 전월 대비 5.9%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461호로 오히려 2.6% 늘었다. 대부분 지방에 몰려있는데,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1만2616호지만 지방은 5만4934호에 달했다.
중소 건설사의 부실 관련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크게 늘었던 신규보증 지원이 올해 들어 큰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5361억원이었던 건설업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보증 지원 금액은 2020년 9108억원으로 69% 이상 뛰었다. 이후 2021년 7484억원, 2022년 6806억원, 작년 7241억원 등 증감을 거듭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년 대비 35% 이상(2044억원) 감소하며 위축된 경기 상황을 반영했다.
건설업 중소기업의 부실 금액과 부실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2년 1104억원이었던 건설업 중소기업 부실 금액은 지난해 1520억원으로 38% 가까이 많아졌다. 올해는 3분기 기준 이미 1020억원을 넘어섰다. 중소 건설사에 대한 신용보증기금 대위변제 금액 역시 2022년 934억원에서 작년 1256억원으로 약 34% 증가한 상태다.
이에 연동해 지원 금액 회수 비율 역시 감소세다. 2019년 신용보증기금이 건설업 중소기업들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464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268억원으로 42% 이상 빠졌다. 올해는 3분기까지 회수된 금액이 129억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분양 전망이 어둡다는 것도 문제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라도 지역은 60점대, 경상도 지역은 80점대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수도권 시장 과열 방지를 위해 대출규제 등 수요 제한책을 펼치면서도 '공사비 현실화 방안' 등을 내놓는 등 건설업황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출규제 등 여파로 부동산시장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이 보이는 만큼 중소 업체들의 '한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의원은 “건설업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며 “단기적인 대출 지원을 넘어 경기 활성화 사이클로 상황이 반전돼야 회수율 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