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간의 분쟁이 공개매수 이후에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경영권 싸움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는 14일 마감된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은 83만원이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로 이를 방어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하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며 영풍·MBK 연합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매수 가격만으로 보면 최 회장 측이 우위에 있지만, 투자자들이 청약을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 양쪽으로 나누어 분산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세금 부담 △법적 불확실성 △초과 청약 시 안분비례 문제 등을 고려한 결과다. 특히,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물량을 나누어 청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종료된 이후에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까지 계속된다. 고려아연은 최대 17.5%의 자사주를 매수할 계획이며, 우호 세력인 베인캐피털도 별도로 2.5%를 매수하게 된다. 문제는 자사주에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다. 자사주가 많이 매수될수록 오히려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자사주 매수가 경영권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전체 발행주식의 33.99%를 보유하고 있고, 영풍·MBK 연합은 33.13%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더라도 최 회장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 비율은 약 45%로 예상되며, 영풍·MBK 연합은 최소 3.5%의 추가 지분만 확보해도 최 회장 측을 앞설 수 있다. 더 나아가 영풍·MBK 연합이 약 7%의 지분을 확보하면 의결권 과반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수 전략의 맹점을 노리고, 최소 매수 조건을 없애면서 청약 물량이 적더라도 의결권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공개매수 이후에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재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최소 매수 조건을 없애며 경영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고,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최종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매수 청약률과 주주총회 출석률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