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은 청약광풍이 휩쓸고 있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서울에선 4인 가구라도 40대 이전에는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이 불가능하지만 지방에선 한 명도 청약하지 않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방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025.6대 1로 37세대 공급에 3만 7946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이는 서울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다. 대치동 구마을제3지구를 재건축한 단지로 총 282세대, 전용 59~94㎡가 공급됐다. 면적별로는 60㎡이하가 1205.2대 1로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달 청약접수를 받은 청담르엘에도 수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이 단지는 청담삼익을 재건축한 단지로 총 85세대 분양에 5만 6717명이 몰리며 667.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면적별로는 전용 59㎡ 748.5대1, 전용 84㎡가 59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 7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도 527대 1, 5월 구의동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494대 1, 1월 잠원동 '메이플 자이' 442대 1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선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서울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 신축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린 결과다.
서울 지역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 합격선은 치솟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현재(10월 6일 기준)까지 서울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최저 당첨가점은 평균 60.4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58.2점)에 비해 2.2점, 작년 하반기(55.3점)에 비해 5.1점 높아진 점수다.
청약가점은 84점 만점이며,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고 17점), 부양가족 수(최고 35점)에 따라 산정된다. 60.4점은 자녀가 두 명인 4인 가구(부양가족 3명, 20점)가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무주택 기간 10년(22점)을 채워도 받을 수 없는 점수다. 30세 이전에 혼인신고 한 경우가 아니면 무주택 기간은 30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자녀 두 명과 30대 부부로 구성된 4인 가구는 사실상 60점을 받기 어렵다.
반면 지방 분양 시장은 찬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지방에서 1순위로 공급된 131개 단지 중 51.1%인 67곳이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지방 아파트 중 절반의 경쟁률이 1 대 1을 밑돈 것이다. 청약자가 아예 없는 단지도 등장했다. 최근 강원 인제군 북면 '인제 라포레'가 120가구에 대한 1·2순위 청약을 실시했으나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올초 청약을 받은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 라온하이츠'도 60가구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지방에선 미분양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경품과 파격적인 할인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7550가구로 이중 81.3%인 5만4934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평가받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1만3640가구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업체의 경우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CR)리츠 등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CR리츠는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서진형 광운대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CR리츠가 악성 미분양 해소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서울·수도권보다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 특성상 근본적인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