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정밀의 주가가 3만5000원의 공개매수 제안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26% 급락하며 2만원대로 떨어졌다.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이 현상은 그간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전제 하나만 바꾸면 설명이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이러한 변수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영풍정밀의 주가는 전일 대비 8200원(26.58%) 하락한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윤범 회장이 제시한 3만5000원의 공개매수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인다. 최윤범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21일을 마지막으로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종료할 예정이다. 그는 1930억원의 자금으로 영풍정밀 주식 551만2500주를 1주당 3만5000원에 매수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매입하고자 하는 영풍정밀 주식 수는 동일하지만, 유통주식수를 보는 관점에 따라 매입 비율이 달라진다. 551만주는 전체 유통주식수 1575만주의 약 35%에 해당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의 지분 555만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수(1020만주)를 기준으로 보면 매입 비율은 약 54%에 이른다. 여기에 MBK와 영풍의 지분까지 제외한 유통주식수(686만주)를 기준으로는 매입 비율이 약 80%로 상승한다. 한편, 영풍·MBK는 14일 종료된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에서 단 830주(약 2490만원)만 매수하며 유통주식수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매입하는 주식 수를 유통주식의 80%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MBK·영풍 연합 지분이 공개매수와 무관하다는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으로는 현재의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80%의 매입 비율을 가정한다면, 5주를 매수할 경우 4주는 공개매수로 3만5000원에 매각되고 나머지 1주는 보유하게 된다. 1주의 주가를 영풍정밀 공개매수 이전의 가격인 약 1만원으로 가정하고 가중평균하면 3만원 수준이 나온다. 이는 현재의 2만2500원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MBK·영풍 연합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접근한다면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이는 기존의 접근법은 아니었다. 최 회장의 제리코파트너스 측 역시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유통주식의 80% 이상 흡수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MBK·영풍 연합의 참여를 배제하고 접근한 것이다.
공개매수에 관한 규정은 자본시장법 133조부터 146조까지 규정돼 있다. 해당 조문에는 '매수' 방법, 절차, 제한, 배상 등의 규정이 다뤄지고 있다. 다만, 매도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법무법인에서 오랜 기간 투자은행(IB)을 자문한 한 변호사는 “최소한 자본시장법 기준으로는 매도에 관한 규정을 정해놓지 않았다"며 “다른 법에서 규정했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각 당시 주목받았던 133조 3항과 140조 모두 '매수'와 관련됐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초기에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최윤범 회장이 자사주 매입과 같은 대항 공개매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툴 당시 다뤄졌던 조문들이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특별관계자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매수하는 경우, 공개매수 규정이 무의미해질 수 있어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면 현재의 주가는 설명이 된다. 최 회장은 유통주식수의 54%를 인수하게 되며, 이를 가중평균한 주가는 주당 2만3500원으로 현재 주가와 유사한 수준이 된다.
한 IB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주가 흐름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