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생숙·레지던스)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요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형평성·민폐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의 '사기분양' 민원을 해소하는 동시에 분양 대금 미회수 등 부동산 시장 '숨은 뇌관'을 제거한다는 명분이지만 부적절한 선례가 생겼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분양자간 갈등, 시설 개선에 따른 비용 부담 및 안전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생숙 용도 변경 기준 완화의 핵심은 복도 폭과 주차장 확보 비율 등 용도 전환 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신규 생숙은 개별 분양을 금지해 숙박시설로만 허가해준다는 것이다.
생숙은 상업용 시설이라 인허가·건축·분양 과정에서 오피스텔, 아파트와 달리 원천적 혜택을 받았다. 예컨대 주거시설은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받지만 생숙은 기본 500%에 각종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주차장, 복도도 더 좁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시행사 입장에선 큰 장점이었다. 수분양자들도 종합부동산세 면제, 양도소득세 중과대상 제외, 학교용지부담금(분양가의 0.8%) 면제 등의 혜택을 받았다.
이번 용도전환 기준 완화로 주거용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또 특혜가 발생한 셈이다. 은행 담보 대출 가능액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최소 수억원대 가치 상승 등의 부가 효과도 얻게 된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던 이들에게 올해 10월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공시가격 10%의 이행강제금도 면제된다.
일각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사용 중인 생숙업자들의 경우 “법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게 생겼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반 주거시설 분양자들 사이에서도 “이중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나서서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하는 행정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일부 생숙업자들에게 특혜를 줘야하냐"고 지적했다. “떼쓰면 통한다"는 나쁜 선례가 또 다시 생겼다는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정부가 엄정한 규제를 약속해놓고 사회적 갈등이 봉합되지 않자 은근슬쩍 했던 말을 주워 담는 모양새가 반복됐다.
복도 폭 기준 완화도 문제다. 안전 시설 보강을 조건으로 복도 폭을 1.8m에서 1.5m로 완화했는데 비용 및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생숙들은 시행사·시공사가 나설 이유가 없어 수분양자들이 비용을 내야 하는 만큼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1.5m의 복도 폭은 시설 보강과 관계없이 화재·지진 등 비상시 대피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차장 요건 완화의 경우 '민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인근 지역에 주차대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숙의 주차장 기준은 200㎡ 당 1대으로 가구당 0.5대 안팎이다. 오피스텔은 최소 0.7~8대에서 1대다. 정부는 인근 주차장 확보, 분양자 부담 공영주차장 설치 또는 불필요시 조례 제정을 통한 의무 면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 가구에 1대 이상 차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라 애초에 오피스텔로 지어진 건물 중에도 '주차 대란'이 심각한 사례가 있다"며 “안 그래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 생숙을 지었을 텐데 주변에 주차장을 산빌적으로 만든다면 동네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고 봤다.
'수분양자 100% 동의'라는 기준에 따라 찬반이 갈라질 경우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서울 내 첫 용도변경 허가 사례인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에도 아직 수분양자 1명이 동의하지 않아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생숙 대란 등 방지 차원에서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가는 것은 맞다"면서도 “형평성 논란 등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