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 시기를 이달 30일에서 내년 초로 연기하면서 케이뱅크 2대 주주인 우리은행도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당초 케이뱅크가 이달 말 상장할 경우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최대 약 200억원의 간주처분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상장 직후 자발적 의무보유 예정이었던 지분 8.97%를 제외한 나머지 1.98%를 매도할 경우 중요 투자한도에서 여력이 생겨 그룹 입장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시기가 지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15%를 보유해 비씨카드(33.72%)에 이은 2대 주주다.
케이뱅크는 이번 공모로 41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10.95%로 하락한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전체 보유주식 수 4563만5977주의 81.94%에 해당하는 3739만4971주(8.97%)는 상장 후 6개월간 자발적으로 의무보유하기로 했다. 남은 지분율 1.98%는 상장일부터 매도가 가능한 주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율 하락에 따른 회계상 이익인 간주처분이익을 얻게 된다. 케이뱅크의 신주발행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이 발생하면서 케이뱅크의 자본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주처분이익은 케이뱅크 공모가 1만원 기준 약 180억원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673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간주처분이익의 절대적인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통상 금융사들이 이익의 안정성을 감안해 간주처분이익을 순이익이 아닌 자본조정항목으로 편입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간주처분이익 자체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평가다. 상반기 기준 4대 은행 순이익을 보면 신한은행 2조535억원, 하나은행 1조7509억원, 우리은행 1조6735억원, KB국민은행 1조5059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올해 초만 해도 타행과 달리 ELS 손실 사태에서 비껴가고 기업대출 등도 우호적인 상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며 “만일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했다면 우리은행은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할 경우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M&A 여력이 확대될 수 있어 긍정적이었지만, 이러한 시기가 지연된 점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이 10%대를 하회하면 케이뱅크가 그룹의 중대한 투자한도에서 제외돼 우리금융이 추가적인 M&A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상장 작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장을 재개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인터넷은행이라고 해도 결국 시중은행과 동일한 기업가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의무보유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1.98%를 바로 매도할 경우 케이뱅크 지분만큼 잡혔던 중대한 투자한도 전액이 빠지면서 그룹 입장에서는 증권사, 보험사 M&A를 추가로 노려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데, 이 시기가 미뤄진 점이 가장 크다"며 “케이뱅크가 내년 초 상장을 재개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보다 높은 공모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케이뱅크 지분 처분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분을 못해도 당장 실적에 타격을 입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시기를 조급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