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양측 주주 대부분이 합병에 동의하며 대형 K-OTT 탄생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몸을 합친 토종 OTT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공룡 넷플릭스에 내준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거란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티빙·웨이브 합병에 대한 양측 주주 대부분이 합의안을 도출했다. 웨이브의 경우 최대 주주인 SK스퀘어를 포함해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KBS·MBC·SBS)까지 주주 전원이 합병안에 동의했다.
티빙 주요 주주인 CJ ENM, SLL중앙, 젠파트너스앤컴퍼니 등도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 측 주주 KT만 아직 합병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KT를 제외한 양측 주주 모두가 합병안에 도장을 찍은 상태"라며 “토종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 모여진 만큼 KT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KT의 합병안 찬성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한다면 양측 주주들은 곧바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거치면 내년 상반기 내로 통합 플랫폼의 탄생이 현실화 된다.
양사 합병은 넷플릭스와 비교해 존재감이 미미한 토종 OTT의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167만명으로 티빙(787만명), 웨이브(427만명)를 압도한다.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는 대작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최근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지옥 시즌2' 등 예능·드라마 콘텐츠가 연타석 흥행 홈런을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앞두고 있어 향후 가입자 확보가 더욱 용이할 것으로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용자들은 다음 달부터 넷플릭스 이용권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사용 가능하다. 월 5500원인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를 네이버 멤버십 구독료(월 4900원)로 무료 사용한다는 점이 골자다.
업계는 티빙·웨이브 합병 시 토종 OTT가 넷플릭스에 대항할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 증가 추이로 볼 때 (티빙·웨이브 등이) 개별적으로 넷플릭스에 맞서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합병 시 스포츠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는 티빙과 공중파 콘텐츠라는 무기를 지닌 웨이브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은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며 “아울러 글로벌 진출, 콘텐츠 제작 등에 있어서도 유리해 통합 플랫폼은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