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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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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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바가지 개선 약속’ 광장시장, 큰 변화 없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03 16:00

작년 11월 요금횡포 지적에 정량표시제 등 도입 공언

상인들 반대로 무산…“애초에 말 안되는 얘기” 일축

종로구청 “QR메뉴판 대체” 불구 전면도입 안된 상태

외국카드 안돼 대부분 ‘현금결제’…ATM기 이용 불편

광장시장 먹거리 장터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먹거리 장터 전경. 사진=정희순 기자

“노 카드! 온리 캐시! (No Card! Only Cash!)"

지난 1일 저녁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한 먹거리 노점에서 노점 상인이 음식을 다 먹고 신용카드를 내민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금만 받는다고 카드 결제를 거절했다.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가진 현금이 없다며 카드 결제 의사를 재확인하자 그제사 해당 상인은 옷더미 사이에 감춰졌던 카드 단말기를 주섬주섬 꺼내 카드 결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카드 단말기에 '사용불가 카드'라는 안내문구가 떴고, 결국 외국인 관광객은 상인과 함께 근처 현금인출기(ATM) 기기로 가야만 했다.

광장시장 현금만 받아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노점상 앞에 '카드결제는 불가합니다'(네모칸)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정희순 기자

1일 광장시장에서 우연히 목도한 현장 장면이었다. 곁에서 지켜본 기자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를 묻자 그는 “광장시장 내 다른 가게에선 결제가 됐는데 왜 이 가게에서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과 얘기하는 모습을 본 해당 노점의 상인은 “누군데 참견이냐, 일반 가게들은 카드 결제가 될지 몰라도 우리 같은 노점은 카드 결제 안 된다.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러면 종전의 카드 단말기는 왜 비치해 두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말기는 있지만 내국인 전용"이라며 “외국 카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의 설명이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 광장시장 내 몇몇 점포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대다수 노점 상인들도 “단말기는 있지만 외국 카드는 결제가 안 돼 그냥 현금만 받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상인은 “일부 국가의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단말기를 2대 쓰고 있다"며 “신용카드도 받으려면 받을 수 있겠지만, 그냥 현금만 받는 게 편하니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일 것"이라고 광장시장의 사정을 전했다.


결제단말기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노점에 비치된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사진=정희순 기자

◇ 외국 카드는 사용 못하고, 정량표시제 약속은 '빈말'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규모가 큰 데다 도심에 근접해 있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광장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요금'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와 종로구,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먹거리노점 상우회가 광장시장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메뉴 옆에 음식의 중량 등을 표기한 '정량(定量) 표시제'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시·상인회 등 호언장담과 달리 1년이 지난 지금도 광장시장 먹거리 노점에 실제로 중량을 메뉴판 옆에 표시한 점포는 찾기보기 어려웠다.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메뉴 옆에 중량을 표시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잔치국수에 국물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중량을 맞추나"라고 항변했다.


대신에 “사진으로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QR코드를 찍으면 조리된 음식의 사진을 볼 수 있는 메뉴판을 만들어 비치하도록 했고, 카드 사용을 위해 카드결제 단말기를 대여했다"며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상인회 설명대로 많은 점포들이 QR 메뉴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몇몇 점포들은 QR 메뉴판 자리를 공란으로 비워뒀다. 해당 점포들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아직 안한 것 뿐"이라거나, “왜 우리를 못된 상인으로 몰아가나. 혹시 유튜버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QR 공란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의 한 노점의 메뉴판. QR메뉴판 자리가 비워져 있다. 사진=정희순 기자

◇ 정량표시제, 상인 반대로 무산…서울시, 근 1년 돼서야 현장점검 '뒷북'


서울시 상권활성화과는 지난 9월 돼서야 광장시장 실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지난달 25일 해당 결과를 종로구청 지역경제과에 통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미비한 점이 있긴 하지만 QR메뉴판 등은 대부분 잘 구비가 되어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자세한 사항은 종로구에 문의해 달라"고 떠넘겼다.


종로구청 담당자는 “메뉴 옆에 중량을 표기하는 것은 상인회에서 반대해 이루어지지 않았고, QR 메뉴판을 비치하는 방식으로 어느정도 접점을 찾은 것"이라며 “QR 메뉴판은 현장에 잘 안착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카드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는 “상인회가 카드결제대행 서비스사와 단체계약을 맺어 단말기 대여가 이뤄졌으나, 현재로서는 국내 카드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다만, “외국인 카드가 결제 되도록 하는 부분을 상인들에 잘 설득해 달라고 상인회에 요청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종로구청 담당자는 “아무래도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장사를 해오신 분들이라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느끼시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 문제가 된 업체는 영업정지를 한 사례도 있고, 미스터리 쇼퍼도 일주일에 두 번씩 시장을 방문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전통시장 개선에 적극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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