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 7곳뿐만 아니라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도 우위를 점한 배경엔 '경제'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2년 대선 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빌 클린턴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 처럼 경제 문제를 강조해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것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276명을 확보하면서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의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 득표수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을 앞질렀다. AP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8시 17분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7100만4010표를 얻어 51.0%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으면 이들이 별도 투표로 대통령과 부통령을 확정하는 직접, 간접선거의 혼합 방식으로 치러진다. 그 때문에 전국 일반 유권자 득표에서 1위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밀려 낙선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대표적 사례인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지만 전체 유권자 득표율은 45.9%에 그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48.0%)에 밀린 바 있다.
4년 전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 득표율은 46.9%에 그쳐 조 바이든 대통령(51.3%)에게 뒤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음이 입증됐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7곳을 모두 가져가면서 초박빙 판세를 예측해왔던 여론조사들이 모두 빗나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투표 이틀 전인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7대 경합주에서 해리스의 4승2무1패 우위를 점쳤고 4일 발표된 정치매체 더힐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승2무1패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배경엔 경제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불만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내릴 정도로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국인들의 체감은 달랐던 것이다. 지난 8월 유거브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 4명 중 1명은 “현재 물가 상승률이 10% 이상"이라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판 유세 때까지 “카멀라 해리스는 4년간 미국 노동자에게 경제적 지옥만 만들었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AP통신이 공개한 출구 조사에서 전국 응답자의 39%는 경제 문제가 2020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표했던 유권자 절반은 경제와 일자리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 중에서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주목한 유권자는 10명 중 3명꼴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에디슨리서치가 대선 당일 공개한 출구 조사에서도 전국 응답자의 45%가 자신의 경제 상황이 4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해당 출구조사에선 응답자의 51%가 경제 문제 대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신뢰(해리스 47%)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도 당선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AP통신 출구조사에서 2020년보다 중요해진 이슈와 관련해 경제 다음으로 이민(20%)이 차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 3분의 1은 이민이 중요한 이슈로 꼽은 반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민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CBS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5%가 '모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는 수십년 만의 고물가, 남부 지역에서의 이민자 급경, 문화적 분열에 따른 미국인들의 불만이 주도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