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신설을 발표하는 등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진흥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진흥정책이 약가인하 위주의 현 규제정책과 상충하고 있어 신약 개발과 바이오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6일 서울 서초구 제약회관에서 '2024 프레스 세미나'를 열고 약가정책 개선을 포함해 △바이오벤처 활성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 등 최근 주요 이슈와 우리 업계의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이 세미나에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정부가 국가바이오위원회 설립 등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진흥 정책이 현재의 약가 인하 정책과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R&D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고 신약 파이프라인 수 역시 10% 이상 증가했다"고 소개하면서도 “국내 R&D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아직 크게 적고 투자시장 분위기도 나쁜 상태"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으면서도 약가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각종 진흥정책에 대한 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 역시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벤처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우 이사는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널까' 제목의 발표를 통해 올해 미국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벤처투자가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가 국내 바이오업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이사는 “올해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2020~2023년 평균치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호전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 이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창업 이후 수익창출(희망투자가치 도달)까지 자금난을 겪는 기간을 의미하는 '죽음의 계곡'은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바이오 스타트업의 경우 기간이 더 길다. 신약 개발까지 10~15년이 걸리고 수천억원이 소요되지만 일반 제조업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 이사는 “바이오는 국내 전체 벤처캐피탈 신규투자 업종 중 ICT서비스, 전기·기계·장비 등과 더불어 항상 1~3위 안에 포진해 있을 만큼 항상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투자자가 믿음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즉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 기술력은 물론 벤처창업자의 리더십과 소통능력, 관리역량을 통해 벤처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대·중견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에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개발 단계를 위한 펀드 조성, 초기연구와 임상시험의 연계형 지원사업 수립, 국내 대형 제약사가 국내 벤처기업을 지원할 경우 인센티브 제공 등의 지원방안을 제안했다.
이밖에 유승래 동덕여대 교수는 '약가정책과 산업육성 로드맵' 발표에서 필수의약품 자급률 향상과 제약주권 확보를 위한 약가우대정책을 제안했다.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중국에 편중돼 있는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기술 개발 지원, 위탁개발생산(CDMO) 인프라 투자를 위한 세제 지원, 한국·미국·일본·인도·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바이오제약 연합'을 통한 공조 확대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