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점찍고 이를 수익화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본업 성장이 둔화하자 AI 신사업 등을 발판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신 3사의 올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3사는 1조2434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92억원 증가한 수치로, 3개 분기 연속 '분기 1조원 시대'를 이어갔다.
이번 합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1조2366억원)를 상회한다. 3사 모두 비용 효율화에 집중한 점이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SK텔레콤과 KT는 증가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소폭 감소했다.
다만 본업인 통신 사업 성장세가 둔화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사실상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들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매출 증가율은 1~2%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3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SK텔레콤의 경우 0%대에 그쳤다.
이미 휴대폰 가입자가 인구수보다 많은 5700만 회선에 달하는 포화 상태로 신규 가입자 창출이 어려운 탓이다. 통신사들의 돈줄과도 같은 5G 보급률도 이미 70%를 넘어서며 확장 여력이 한계에 직면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 5G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80%를 넘어서며 성숙기 이후 정체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 '통신 사업만으론 생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통신 3사의 시선이 AI 관련 사업을 앞세워 수익을 내는 데 쏠리는 분위기다.
AI로 돈 버는 선봉장 역할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가 맡는다. 전 세계적으로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AI DC 사업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AI DC 시장의 고성장이 예견된 점도 호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초 “세계적으로 현재 1조달러(약 1387조원) 규모인 AI DC 시장 규모가 5년 뒤엔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통신 3사는 AI DC 건립에 속도를 내며 시장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12월 서울 가산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반 AI DC를 개소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AI DC 테스트베드도 12월 판교에 오픈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일 AI DC 테스트베드는 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첨단 AI 반도체와 차세대 액체 냉각 솔루션 등 SK그룹과 파트너사가 보유한 다양한 솔루션이 결집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 준공 목표로 파주에 AI용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설계 중이다. KT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가산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인공지능 콘택트센터(AI CC)도 3사의 수익을 늘려줄 핵심 사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AI CC는 사람 대신 AI 콜봇이나 챗봇이 고객 질문에 응대하는 지능형 고객센터다. 음성인식, 문장 분석 등 각종 AI 기술을 적용해 상담원 연결을 위한 대기시간 없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객센터 운영이 필수적인 고객사를 중심으로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AI CC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 수요가 가장 많고, 유통·레저·교육 업체들도 AI CC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다수의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 입장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인건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는 구축형 AI CC부터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AI CC를 선보이며 기업 고객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
AI CC 시장이 지속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통신사들에게 기회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국내 AICC 시장이 연평균 23.7% 성장해 2030년 약 4546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