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불리는 ADC는 향후 대량생산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부족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외 CDMO 기업들이 앞다퉈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매출기준 세계 1위 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는 ADC 등 '바이오접합체'의 CDMO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스위스에 각 1200리터 규모의 신규 제조시설 2곳을 건설해 2028년 가동할 계획이라고 12일 발표했다.
앞서 매출 세계 2위 CDMO 기업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ADC 전문 CDMO 자회사 '우시 XDC'를 홍콩거래소에 상장시켜 수천억원대 투자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라는 물질로 결합한 표적항암제로 모든 고형암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이 적은 '꿈의 항암제'다.
2020년 출시된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가 올해 5조원, 2030년 2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여개의 ADC가 출시되는 등 ADC 시장은 초기 정착단계를 넘어 본격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ADC는 바이오의약품(항체, 링커)과 합성의약품(페이로드)이 결합돼 제조공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다양한 약물, 링커별 맞춤형 생산시설이 필요해 아직 글로벌 빅파마들도 충분한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들이 ADC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론자, 우시 등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기업들도 ADC 전용 CDMO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제1·2바이오캠퍼스 인근에 500리터 규모의 ADC 전용 CDMO 시설을 건설,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ADC 생산시설은 세계 최대 CDMO시설(항체 생산시설)인 송도 1·2캠퍼스 인근에 자리잡은 지리적 이점과 기존 항체·세포주 기술을 바탕으로 초기 개발단계부터 상업생산까지 ADC 개발·생산의 전 과정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특히 ADC는 적응증별로 약물(페이로드)과 링커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유연한 제조시설 설계를 통해 고객사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7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DC 분야 세계최대 컨퍼런스 '월드 ADC 2024'에 참가해 ADC 전용 CDMO 증설 계획을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CDMO 시설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셀트리온도 월드 ADC 2024 컨퍼런스에 참가해 현재 개발중인 ADC 신약 'CT-P70'과 'CT-P71'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셀트리온은 올해 중 CDMO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CDMO 사업에 진출, 기존 바이오시밀러에 더해 ADC 신약과 CDMO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다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해 13조원에서 2028년 39조원 규모로 5년새 3배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미국이 '생물보안법' 제정을 통해 우시바이오로직스를 견제하고 비만약 '위고비'를 히트시킨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기존 세계 2위 CDMO 기업 '카탈란트'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CDMO 판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주요 CDMO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ADC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서비스에 대한 선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