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투자 수요가 지속됨에 따라 신용등급 A급 이상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S효성첨단소재, SK, GS리테일 등이 회사채에 발행에 나섰다. 통상 11월 이후는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시기로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은 위축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예년과 달리 연말임에도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는 추세다.
신용등급 'A/안정적'을 받은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19일 총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액을 뛰어넘는 총 206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300억원 모집에 1430억원, 3년물 300억원에 6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년물은 -10bp, 3년물은 -25bp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금 확충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AA+/안정적 등급의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오는 26일 5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 예정이다. 이에 지난 19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결과 5000억원 모집에 7000억원 넘게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희망 금리밴드는 3.1~4.1%의 고정금리를 제시했으며 4.05% 수준에서 물량을 모집했다.
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HUG가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변제해준 금액이 급증했다. 이에 자본금 마련이 절실히 필요했던 만큼 이번 채권 발행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신용등급 'AA-/안정적'의 이마트24도 이날 수요예측이 마무리되면 오는 28일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희망 금리 밴드는 4.7~5.1%의 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비우량 등급인 BBB급의 회사채도 성공적인 결과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BBB+/안정적'을 받은 한화오션도 9년 만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 흥행에 목표액을 웃도는 수요를 확보했다. 총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년6개월물 200억원에는 1470억원이, 2년물 300억원에는 27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금리는 신고액 기준 1년6개월물과 2년물 각각 -102bp, -176bp 수준으로 금리를 결정했다.
SK도 올 상반기에 시장 악화로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바 있으나 회사채 발행을 재개했다. SK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SK는 이날 총 3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유통업계에서는 GS리테일도 오는 21일 2년물과 3년물 각각 800억원,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모희망금리는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에 ±0.30%p를 가산한 수준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4분기에도 채권 자금 유입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연말효과로 회사채 발행은 줄어들 수 있으나 단기자금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역캐리가 해소되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