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핵심 계열사인 차기 행장 후보군을 조만간 확정한다.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차기 행장을 발표하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무난하게 연임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룹의 인사 방향에 따라 이동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그룹의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조만간 조 행장을 제외한 후보군 가운데 차기 행장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차기 KB국민은행장, '부코핀은행 경영정상화' 책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달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를 추천한다. 이어 KB금융은 다음달 중순께 비은행계열사 대표이사 후보군을 추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나, 그룹의 인사 방향성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행장은 1966년생으로, 2022년 1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올해 초 1년 연임하며 2+1년의 임기를 지냈다.
이 행장은 작년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 2조6179억원으로 8.3% 감소했다. 1분기 ELS 손실보상(8620억원) 관련 영향으로 순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3분기 순이익은 11.5% 증가한 1조1120억원으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차기 국민은행장은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법인 KBI(옛 KB부코핀은행) 정상화,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의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KBI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원장은 이달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금융감독청 청장과 최고위급 면담을 실시했다. 이어 국민은행 담당 금감원 실무자가 부코핀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현황을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임원진 앞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 원장까지 나선 상황에서 부코핀은행 정상화는 차기 국민은행장의 과제인 동시에 양종희 회장의 책무일 수밖에 없다. KB금융은 자산관리(WM), 자본시장, 기업투자금융(CIB), 글로벌 부문을 신성장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의 글로벌 육성 전략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현재 신흥국, 선진국 시장을 투트랙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즉 부코핀은행의 흑자전환은 KB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수익 창출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부코핀은행은 올해 3분기에도 18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적자는 충당금 전입, 법인세 관련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경영 정상화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측은 “부코핀은행은 전년 대비 이자이익, 비이자이익이 증가했고 충당금반영전영업이익(PPOP)도 개선되는 등 수익성은 향상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건전성 개선 노력으로 정상여신 비율은 전분기 대비 18.8% 오른 75.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내우외환' 우리은행...차기 행장 6인 중 판가름
KB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르면 이달 28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으로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1966년생),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겸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1967년생),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1967년생),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1968년생), 조병열 우리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1967년생), 조세형 우리은행 기관그룹 부행장(1967년생) 등 6인으로 알려졌다.
후보군 6인 모두 조병규 우리은행장(1965년생)보다 젊은 피로 구성된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지낸 조 행장과 달리 이번에는 차기 행장 후보군에 자회사 대표를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로 전직 임원들이 구속되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그룹 안팎으로 내우외환에 처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29일로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차기 우리은행장은 잇단 사고로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는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대내외적 불확실성, 개인사업자·소상공인 건전성 관리 등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에도 대처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우리은행장은 내부 조직을 결속시키는 동시에 우리은행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도 바꿔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은행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에도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참으로 쉽지 않은 자리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