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이 시작된 117년 만에 11월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이번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바다가 원인으로 꼽힌다. 찬 공기가 뜨거운 바다 위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눈 폭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인류 기상기록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앞으로도 지구 온도 상승이 전망돼 폭설, 폭우 등 극단적 기후현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수도권 주요 지역에 내린 적설 양은 △서울 관악 40.2㎝ △백암(용인) 43.9㎝ △금정(군포) 43.1㎝ △수원 41.6㎝ 수준이다. 이외에도 서울은 27.8㎝, 인천은 25.7㎝의 누적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높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특히 27일 서울에 내린 눈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17년 만에 11월 최고 적설로 기록됐다. 28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이어졌다. 서울 관악의 경우 누적 적설량이 40cm를 넘어섰다.
11월의 이례적인 폭설은 올 여름 뜨거워진 서해바다와 절리저기압(대기 상층의 제트기류에서 분리된 차가운 공기덩어리) 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7일 눈을 뿌린 구름대는 찬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형성됐는데, 이를 통상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이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공급돼 대기 하층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대류운이 발달한다.
올 여름 폭염에 뜨거웠던 바다가 아직 덜 식어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섭씨 12∼15도(℃)로 예년보다 1도 높다. 뜨거운 바다로 인해 대기에 열과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고 이것이 강설량을 늘린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 여름의 폭염이 이번 폭설로 이어진 셈이다.
세계기상기구(WM0) 기후현황 업데이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월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기간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에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2024년 역시 기록상 가장 더운 10년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WMO는 대기 중 온실가스 수준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단 한 세대 만에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경고를 발령했다. 빙하의 얼음 손실,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극심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전 세계의 지역 사회와 경제가 엄청난 피해 입을 것으로 경고했다.
WMO에서 사용하는 6개의 국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지구 평균지표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4℃(불확실성 여유 ±0.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폐막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일, 월, 연간 시간 척도에서 기록된 지구 온도 이상은 큰 변동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 현상 때문"이라며 “온난화 수준이 1.5℃ 미만이든 초과이든, 지구 온난화가 추가될 때마다 기후 극단현상, 그에 따른 영향 및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한 기상 전문가는 “올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목격한 기록적인 강우와 홍수, 빠르게 강해지는 열대저기압, 치명적인 더위, 끊임없는 가뭄, 맹위를 떨치는 산불은 불행히도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이고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해,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