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탈(脫)달러 움직임을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향해 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를 놨다.
트럼프 당선인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미국이 관망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BRICS 통화를 구축하거나 기존 통화에 집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한다"며 약속이 없을 경우 “100% 관세에 직면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릭스가 국제교역에서 달러의 대안을 찾을 가능성은 없다"며 “이를 시도하는 어떤 국가든 미국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달러 약세를 선호하지만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국가들에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 3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경제 참모들은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로 무역을 시도할 경우 동맹국과 적대국 상관 없이 징벌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두고 지난 4월부터 논의를 이어왔다. 수출제한, 환율조작 과징금, 무역 관세 등이 거론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목한 브릭스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입한 연합체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달러 거래가 제한되자 브릭스 내에선 탈달러에 나서자는 주장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는 식으로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의에서 “역내 통화, 대체 금융, 대체 결제 시스템의 사용에 대한 세계적인 모멘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0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달러의 무기화'를 언급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중국의 경우 10년 전부터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중동 지역 국가의 석유와 가스 수입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시 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양국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100% 관세' 엄포로 브릭스의 탈달러 움직임이 제동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범죄와 마약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유입된다면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두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회동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마약류 단속에 대한 협력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이민의 결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펜타닐(마약류의 일종)과 마약 위기, 미국 근로자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공정한 무역 합의, 미국의 대캐나다 대규모 무역 적자와 같이 양국이 협력해서 다뤄야 할 많은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