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 캐나다 맞춤형 잠수함 모델 KSS-Ⅲ CA
K-방산이 10조원 상당의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북미에서 훨씬 큰 규모의 일감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해군은 3000t급 디젤 잠수함 8~12척 도입 및 후속 군수지원을 포함한 프로젝트(CPSP)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2026년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는 60조원 규모다.
캐나다는 앞서 발표한 국방 정책을 통해 왕립해군 함대 개편, 대륙·극지방 방위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증진 및 공급망 회복력 확대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사업에서는 당초 한국과 일본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으나, 최근 일본의 입찰 포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의 건조능력으로 볼 때 캐나다 해군의 주요 요구 조건인 납기 준수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실제로 국가별 수주잔량을 보면 한국은 올 10월 기준 3790만CGT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지난해 30%대 초반 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서방 진영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일본은 최근 9%로 하락하는 등 인력난 장기화로 두 자릿수 수성도 못하고 있다. 잠수함 수주에 성공한다해도 초도함 인도 및 후속함 건조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따르는 셈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3600t급 장보고-Ⅲ 배치-2 잠수함을 건조 중으로, 최근 거제사업장을 찾은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이 현장을 둘러봤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2가 공기불요장치(AIP)와 리튬전지 등에 힘입어 현지 해군의 모든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 잠수함 유지보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캐나다 해군은 △3500해리(약 6475㎞)에 달하는 작전 수행 거리 △항해 7주·잠항 3주 △해양 오염 방지 및 승조원 복지를 위한 공간 △일정 수준 이상의 속력 및 작전심도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오른쪽 3번째) 등이 장보고-Ⅲ 배치-2 잠수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설계를 변경한 KSS-Ⅲ CA를 제안했다. 도산안창호급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용 수직발사관(VLS) 등 강력한 화력을 낸다. 이를 개조하면 우리 해군 보다 상대적으로 신체가 큰 현지 장병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해군에 3600t급 신형 호위함 '충남함'을 조기 인도한 점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빨라질수록 전력화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양사는 현지 업체들과 기술 교류·공동 연구개발(R&D)·현지 장비 구매 등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호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양사가 그간의 반목을 뒤로 하고 '원팀'으로서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가 4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동률 문제로 실제 작전 수행이 가능한 물량은 1척에 머무는 상황인 만큼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한국과 2차전지 밸류체인 등의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되는 것도 이번 사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율과 경제성 높은 리튬전지 등에 힘입어 장보고-Ⅲ 배치-2 모델의 건조비가 척당 1조원 수준으로 형성된 것도 강점"이라며 “캐나다로서도 국방비 투입 규모 등을 고려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