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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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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 IPO가 악재… 롯데지주 자금압박 커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7 15:00

IPO 기업가치 1조2000억원 미달때

LHH 풋옵션 행사 차액 최대 3000억

지주, 연말 회사채 만기 6250억 도래

롯데케미칼 EOD 후 재무 리스크 가중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

올해 상반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되면 롯데지주의 재무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IPO 결과 재무적 투자자(FI)의 수익 보전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출해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연말까지 6250억원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겹치게 돼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롯데지주 FI 수익 보전 위해 자금 지출 우려

1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FI가 보유한 풋옵션이 롯데지주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요 주주는 롯데지주(46.04%)와 LHH(21.87%), 호텔롯데(10.87%) 등이다.


이 중 FI인 LLH는 보유 주식 전부를 올 상반기 롯데지주·호텔롯데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이 있다. 본래 풋옵션 행사 시점은 지난 2023년이었지만, 롯데지주가 두 차례 연기를 요청해 올해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풋옵션의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를 통해 LLH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며, 연말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았다.


재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달 혹은 다음달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본격 공모 절차에 돌입해 상반기 이내에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IPO를 추진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IPO 공모가가 FI 측의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할 경우 롯데지주·호텔롯데가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때문이다. 차액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가 적어도 1조2000억원은 이상 돼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영위하는 택배·복합운송 사업 부문이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라 기업 가치를 당장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7배와 11~12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이 350억원임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최대 4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경우 롯데지주 등이 LHH에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차액을 지급해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연말까지 6250억원 회사채 만기 도래…차환 발행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롯데지주가 올해 62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상환이 겹쳤다는 점이다. 롯데지주는 이달 25일과 28일에 합계 34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7월과 9월에도 합계 28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111억원, 유동자산 합계는 544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서 수익 보전 문제를 제외하고 회사채 상환만 감안하더라도 추가 자금 조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년의 방식대로면 회사채 시장을 찾아 차환 발행을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3년 상반기 신용등급이 종전 'AA'에서 'AA-' 등급으로 하향된 상황에서 추가로 지난해 연말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재무지표 관리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까지 발생한 탓이다.


롯데그룹은 알짜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고 나서야 은행권의 지급보증을 받아내 EOD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재무 리스크가 부각돼 재계 안팎에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롯데지주가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경우 신용등급이 'A+'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회사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추가적으로 롯데그룹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롯데그룹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롯데지주가 회사채 이외에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IPO 차액 보전이나 회사채 상환으로 당장의 위기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 대출이나 CP의 경우 회사채보다 이자 부담이 심해 미래의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IPO 차액 보전과 회사채 상환이 겹쳐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지만 최근 부각된 재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차환 발행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며 “IPO와 회사채 상환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서 롯데지주의 재무 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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