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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도입하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06 17:17

▲문승식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정책단장

[EE칼럼]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도입하라

11월7일부터 18일까지 모로코 마라케쉬에서 UNFCCC 제22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다. 이미 89개 국가가 파리협정문을 비준해 11월4일부터 발효돼서 2020년부터는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여됐다. 우리나라 국회도 11월3일 온실가스 37% 감축 목표를 비준했다. 이번 제22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파리협정문 비준 국가만 참여하는 회의도 열린다.

11월1일에는 국회기후변화포럼에선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산업계, 시민단체 및 학자들이 참석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정부가 UNFCCC에 제출한 국내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 목표는 37%인데, 이 중 국내에서 25.7%를 줄이고 해외에서 11.3%를 감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토론자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고통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를 위해선 형평성이 전제돼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산업계 배출량은 70% 수준이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5.7%의 70%로 계산하면 산업계가 18%를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2%로 설정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가 줄여야 하는 6%까지 떠안아 비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3.7%로 가장 높게 설정됐다.

정부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비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영역은 건축물과 교통 부문, 폐기물 분야인데, 국민이 이들 영역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지원제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건축물을 지을 때 단열재 사용과 전기자동차 보급 촉진,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건축물에 단열재 사용을 의무화하면 건축비가 인상돼 산업계가 줄여야 할 온실가스 감축량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셈이다.

또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도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소비자자 전기자동차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내년부터 낡은 디젤자동차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한다. 이처럼 국민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장애요소도 많고 유인효과도 부족해 정부의 비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시민환경단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교육사업과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비자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행동변화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20-40달러 수준에서 형성되자 미국 소비자는 연비가 낮은 대형 차량 구매를 선호하고, 장거리를 여행해 운전거리가 늘어나고 연료 사용이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산업자원부가 올해 8월 발표한 금년 2분기 석유 소비량을 보면, 가정과 상업 부문이 3.2%씩 증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심리학자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필요한 소비자 행동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인 소비자를 위한 조세정책의 개편과 저탄소 소비생활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해야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환경부가 2009년부터 실시한 탄소포인트제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국민이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가정, 상업시설,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자체로부터 제공받는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다. 탄소포인트는 현금이나 교통카드, 상품권, 종량제 쓰레기봉투, 공공시설 이용 쿠폰, 기념품 등 지자체가 정한 범위 내에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포인트제도의 연간 예산 규모는 7억7000만원에 불과해 수혜 대상이 많지 않다. 정부 목표대로 비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13.7%까지 줄이려면, 산업계 지원제도보다도 강화된 소비자 대상의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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