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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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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안전 불꽃공방…"지진에 불안" VS "제어 가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27 17:08

▲에너지정책 토론회…‘원전 반대’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게 없다. 원전 반대 측은 아전인수식 해석과 억지 발언을 토해냈고, 찬성 측은 방어에만 급급한 나머지 확신 없는 대처로 일관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이 전국을 강타한 탓인지 행정 당국과 정책을 대놓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원전 안전 토론회를 지배한 분위기다.

산업부와 부산시 공동 주최로 24일 벡스코에서 열린 ‘에너지 정책 진단 및 원전 안전성 관련 시민 전문가 대토론회’는 왜 이런 토론회를 열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토론회가 열리는 플로어에는 환경단체 등 반핵단체 수십명이 ‘핵발전소 가동 중단’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토론회장 안으로까지 들어와 분위기를 흐리기도 했다.

특히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이 원전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발언을 할 때는 "지금 (원전 등 에너지 현황) 그 딴 얘기 들으러 여기 왔느냐, 뭐하는 거냐?"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정 차관은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려고 한 것이 아닌데 죄송하다"며 "원전 안전성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에둘러 마무리한 후 바로 행사장을 떠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토론회 시작 전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가 몇 차례나 ‘질서’ 있는 진행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고, 시장과 시의원이 자제를 요청해 그나마 이 정도였다. 원전이 지어질 현지에서, 해당 지자체장까지 참석한 행사인데도 플로어를 채운 참석자는 토론에 별 관심이 없었다. 원전 전문가들의 발표와 발언에는 혀를 찼고, NGO나 환경단체의 반원전 발언에는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물리적 충돌 없이 토론회가 끝난 게 다행일 정도였다.

한 참석자는 "누군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말하지만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인다"며 "이런 행사는 백 번을 해도 접점은커녕 반목과 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혀를 찾다. 다른 참석자도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하면서 누구 하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게 참 이상하다"며 "국민은 지진에 안전하다는 얘기보다는 ‘안전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확신을 듣길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억지 내세운 찬반 공방 ‘아전인수’ 난무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생각도 찬반 측 입장이 판이했다. 원전 반대 측은 원전 격납건물에 대한 지진 안전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찬성 측은 격납건물의 안전성은 원전 설비 중 최고라고 했다. 전원설비에 대한 이해 역시 차이가 있다. 반대 측은 과다한 원전 건설로 전력이 남아돌게 될 것이라고 했고, 찬성 측은 전력설비는 비록 1년에 1∼2주일에 불과하더라도 최대 피크치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맞받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 상이했다. 반대 측은 스페인 등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40%를 넘는다고 했고, 찬성 측은 유럽은 전력그리드(송배전망)가 다 연결돼 있고 신재생에너지 전원은 모두 보조발전소가 붙어있는 잉여설비라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경제 성장과 전력 소비가 정비례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과도하게 설정한 성장률에 맞춰 발전소(원전)를 짓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신고리 5·6호기가 준공되는 시점에 전력예비율은 30%가 넘기 때문에 신고리 5·6호기는 짓지 말아야 하고, 점차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창 동의대 교수는 "원전 격납건물의 안전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그것은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10기의 원전이 밀집한 지역으로 위험성이 그만큼 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지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지진은 최대 7.0으로 예측하고 있고, 원전 격납건물과 저장수조는 1G(진도 9 이상)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다수호기에서 검증된 원전으로 더욱 안전성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하루 4300억원 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국산화화는 필수인데, 그게 원자력"이라며 "현재 쌓여있는 원전 폐기물은 불과 1만5000톤이고, 이것도 40년간 축적된 양인데, 만약 석탄을 썼더라면 2억4000만톤이 폐기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는 마치 신재생에너지가 만능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보조발전소가 필요한 급전불응 설비요 잉여설비"라며 "전문가 수십 수백명이 모여 짜는 전원 정책을 보면 예비율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피크에 대비한 것이라 수치만 가지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원전에 반영된 지진 규모는 5.0이고, 전 원전 4개 사이트는 70년대 확정됐다"며 "활성단층도 반영하지 않고 지은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신고리 5ㆍ6호기는 1400MW급 차세대 원전으로 한국이 국산화해 처음 수출한 원전이다. 특히 이 원전은 신울진 1·2호기와 신고리 3·4호기 등과 같은 노형이다. 총공사비는 약 8조6254억원, 약 7년간 연인원 400만명이 투입되는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다. 5호기는 2021년 3월, 6호기는 2022년 3월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력에 있어 섬이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에 있어 에너지정책은 철저히 정치와 분리돼야 하는데, 지자체 실시 이후 오히려 더 심해졌다"며 "언젠가 선진국처럼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게 언제인지 현재로선 요원하게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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