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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칼럼] 도시재생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도시건축비엔날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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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어반인덱스랩 소장·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이영석 어반인덱스랩 소장·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올해 9월 1일에서 11월 5일 까지 진행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기존 전시와 달리 미술관이라는 단일 건축이 아닌 ‘돈의문 박물관마을’이라는 도시조직 안에서 살아있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기존 주택지역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 보존에 대한 의지로 살아남은 장소이다. 이곳은 191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의 다양한 주택들과 음식점들이 존재하는 동네였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통해 이 지역을 ‘돈의문 박물관마을’로 탈바꿈시켜 공공의 영역으로 치환시켰다. ‘공유자원-아홉가지 공유’라는 공공성이 짙은 주제로 이러한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전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박물관 마을이라는 전체 전시장의 동선 역할을 하는 골목은 기존 가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골목과 골목이 마주치는 부분, 집의 마당으로 쓰였으나 담벼락이 사라져 작은 중정이 된 부분, 광장 등 다양한 층위의 공간들이 입체적으로 존재한다. 리듬감 있는 공간 속에 배치된 파빌리온들과 외부 전시물들을 통해 전시와 전시 사이의 이동 또한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다. 골목을 돌아 마주치게 되는 예기치 않은 풍경들과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주택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전시와 전시 사이의 이동은 우리가 도시 공간 안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관람객들은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했고 밤이면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이동 자체가 불편함이 아닌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도록 하였다. 전시장에서의 경험은 바로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돈의문에 존재했던 도시조직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개별 건축의 리노베이션뿐만 아니라 도시조직, 특히 블록과 도로 등 공공공간의 의미를 찾고 이를 잘 활용하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그동안 서울에서는 대규모 개발들로 인해 기존 도심의 작은 건물들과 골목들이 많이 사라졌다. 당위성이 있는 개발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개발도 분명 존재했다. 건축물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개조되고 철거되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도시조직의 형태, 즉 블록과 도로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은 문제이다. 도시인의 삶은 도시조직 위에 펼쳐진다. 그 바탕이 사라지면 그 위에 축적된 우리의 기억들도, 도시 공간을 경험하는 기회도 사라진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그러한 기억을 지켜내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의 방문객 중 많은 분께서 박물관마을 조성 이전에 가지고 있던 기억들을 이야기했다. 데이트 장소로 꽤 유명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전시장이 되었고 몇몇 건물은 철거되어 근사한 마을 광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후미지고 허름하게만 느껴졌을 마을의 뒷골목은 관람객들이 셀카를 찍는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의 비엔날레 전시는 이제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전시들이 다시 기획되어 진행예정이다. 두 달간의 비엔날레는 이 도시 속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 위에 축적될 새로운 경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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