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사진=연합) |
삼성중공업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사고방식, 관행을 떨쳐내기 위한 일환으로 인사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인사제도는 앞서 삼성전자가 연공서열주의에 바탕을 둔 인사 체계를 탈피하고 ‘직무·역할’ 중심의 경력개발 단계(CL, Career Level)로 전환한 것과 유사한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행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은 사라지고 스타트업(Start Up) 기업처럼 ‘OO님’, ‘OO프로’ 등 보다 자유로운 호칭을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28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직급 체계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 내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신인사제도를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대졸급 사원들을 상대로 대리, 차장, 과장, 부장 체계를 완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인사제도 개편을 시도하는 주된 원인은 진급 누락에 따른 박탈감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진급이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하니 ‘CL2-사원, CL3-간부’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新)인사제도는 우선 사무직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거제도 삼성중공업 조선소에 근무하는 생산직은 간부에 한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인사체계는 앞서 삼성전자에서 한 차례 시행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향점을 동시에 담은 ‘스타트업 삼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했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글로벌 기업답게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변화로 풀이했다.
변화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을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L)로 전환했다. 직급 단계는 기존 7단계(사원 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줄었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도 ‘OO님’으로 통일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개편작업이 진행 중에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적 흐름에 맞춰 회사 인사제도를 변경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따라 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사개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직원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과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절차를 밟고 있어서 아직 정확한 시행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말부터 새로운 인사체계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임원인사가 연말 12월을 기점으로 이뤄지는 바, 임직원 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승진 인사가 발표되는 12월 전후에 인사 제도가 개편될 것이란 추측이다. 삼성전자 역시 2017년 3월 마지막 부장·차장·과장 등 승진자를 발표한 직후 제도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에 해당하는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대졸급 사원을 상대로 이뤄지는 인사제도 개편"이라며 "생산직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는 이미 인사제도 개편을 완료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2010년에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으로 이어지는 5단계 직제를 사원급(G1),간부급(G2),팀장급(G3) 등 3단계로 축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에 사원부터 부장급 호칭을 모두 ‘프로’로 통일하는 새로운 인사체계를 적용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