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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의 눈] 외면당하는 글로벌 기업의 ‘TV 전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23 13:56

산업부 이종무 기자

▲산업부 이종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누군가 검색어로 ‘번인은 무엇인가’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에 ‘OLED(올레드) TV 번인’이 나타난다. 이어 붉은 화면을 10초간 보여주며 소비자가 직접 ‘TV 번인 유무를 확인하라’고 한다. 10초 후 다양한 번인 사례를 보여주며 ‘이런 현상이 보인다면 서비스센터에 연락하거나 번인이 없는 QLED TV를 사라’고 권유한다. 그러면서 ‘QLED는 번인에서 자유롭다’고 마무리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 QLED TV 홍보 목적으로 만든 50초짜리 동영상이다. 지난 11일 삼성전자 유튜브 글로벌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 동영상은 조회수 14만 회를 넘길 만큼 주목 받았다. 소비자들이 QLED든, 올레드든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어 지난 19일 유튜브 국내 계정에서도 QLED TV 광고를 게재하고 ‘번인 걱정없는 유일한 초고화질 QLED 8K’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해당 광고는 앞서 LG전자가 자사 올레드 TV의 성능을 홍보하는 광고에 대응해 ‘맞대응’ 차원에서 낸 성격이 짙다. LG전자는 QLED를 비롯해 ‘U’LED, ‘F’LED, ‘K’LED 등 이름을 달리한 제품들이 올레드 TV를 표방하지만 백라이트가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LG전자는 지난달 19일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QLED TV 광고에서 LCD TV를 마치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제품처럼 소개해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LG전자가 자신들의 TV 제품을 근거 없이 비방하며 공정경쟁을 저해했다며 공정위에 ‘맞신고’ 한 상황이다.

총성은 없지만 글로벌 양대 가전업체가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은 전쟁에 가깝다. 특히 초기 ‘세계 최초’라던 올레드·QLED TV 광고가 기술 설명이 주를 이뤘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광고들은 상호 ‘돌려까기’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만큼 정작 소비자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어찌 됐든 현재 LCD는 지고 올레드가 ‘뜨는 해’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두 회사는 전세계 스마트폰·TV용 OLED 패널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실질적인 기술 경쟁보다 소모적인 광고에 집중한다면 한국이 ‘최초’일지언정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소비자의 눈은 제품의 기술뿐만 아니라 기업의 도덕성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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