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종무 기자

jmlee@ekn.kr

이종무 기자기자 기사모음




이재용, 재판 영향은?…"감형 사유" vs. "애초부터 제한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5.07 04:00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 ③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로 이제 시선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으로 모아진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해 첫 공판을 시작하며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면 양형 사유로 삼겠다"고 한 만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 재판부 요구 충실 이행…"집유 가능"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삼성의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저의 잘못"이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앞서 지난 3월 1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와해 논란 등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을 담은 내용을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삼성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평가하는 독립 기구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준영)가 삼성 측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제시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위원회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형식적으로 재판부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준범감시위 설치와 함께 이 부회장의 사과 발표까지 나온 만큼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 1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항소심에서 ‘준법감시실 설치’를 참작해 형량을 절반으로 낮춘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파기환송심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법 제3형사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도 "뇌물과 횡령죄의 양형 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양형 요소로 규정돼 있다"면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여러 양형 사유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부당해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형 기준이 권고 사항이긴 하나 긍정적 참작 사유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날까지 삼성의 이행률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를 감형 요소로 보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특히 피고인(이 부회장)의 이날 진정성 있는 반성과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은 양형에 긍정적인 참작 사유를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러한 기류로 보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높아진다. 현재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금액은 50억 원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횡령 액수가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 징역에 처해진다.

다만 특가경법상 하한형이 징역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상 참작 등을 고려해 ‘작량감경’을 받게 될 경우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까지 줄어들 수 있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어도 판사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 "본질적으로 부적절…구색 맞추기"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가 재판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팽배하다. 재판부와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이뤄진 사과는 결국 이 부회장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영수 특검팀 선임특별수사관을 지낸 전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상법상 삼성의 준법감시인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준법감시위는 원칙이나 규정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설치돼 그 성격도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실효성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 양형 기준에선 양형 요소로 범죄 후 정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거론한 양형 기준은 ‘회사’에 대한 것이지 ‘개인’에 대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준법감시위 설치 등 일련의 과정들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원래 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회사에서 퇴출돼야 하는 것인데, 퇴출된 임원이 회사에 준법감시제도를 도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변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책임 회피와 법적 자기 면죄부를 위한 ‘구색 맞추기식’ 사과"라고 혹평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