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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사망···북악산 숙정문 인근서 숨진 채 발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10 06:35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부터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기동대원과 소방대원, 인명구조견은 이날 0시 1분께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찾았다.


◇ 극단적 선택한 듯···최근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 고소

10일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어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시신 주변에서는 가방과 물통, 휴대전화, 필기도구, 본인의 명함 등이 발견됐다.

앞서 박 시장 딸은 전날 오후 5시 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 44분께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멘 채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공관에서 나왔다. 그는 택시를 타고 성북구 와룡공원에 왔으며, 오전 10시 53분 폐쇄회로(CC) TV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명과 야간 열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마리 등을 동원해 이 일대를 집중 수색한 끝에 실종신고 접수 약 7시간 만에 박 시장을 발견했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비서 A씨가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최근 그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이 접수된건 사실이라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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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시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기다리던 지지자들 ‘오열’

수색 7시간 만에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은 1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의 현장감식 절차를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오전 3시 30분께 영안실에 안치됐다.

박 시장이 도착하기 전인 오전 3시께부터 그의 지인과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응급의료센터 문 앞에 서서 이송차량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차량이 센터 앞에 도착하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사랑한다 박원순", "미안하다 박원순" 등을 외쳤다.

경찰은 추후 유족과 협의해 시신 부검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 외신도 일제 보도···"한국 선출직 넘버2 숨져"

박 시장의 사망이 확인되자 주요 외신도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은 박 시장의 실종 및 수색 과정, 정치 경력 등을 소개했고 일부는 그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 AFP, 블룸버그통신은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긴급으로 내보냈다. 특히 AFP는 박 시장의 사망 기사에서 학생운동, 시민단체 활동과 서울시장 경력 등을 조명했다. AP는 박 시장의 인권변호사 활동과 정치 이력 등을 소개하며 "그는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며 박 시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박 시장이 한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최근 몇년 동안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는 배경도 전했다. 또 그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가장 공격적인 지도자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의 공격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칭찬받은 시장"이라면서 1000만 인구의 서울에서 14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과 830만 인구의 뉴욕에서 22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비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박 시장을 "한국에서 두 번째로 힘센 선출직 공직자"라면서 "민주당의 2022년 대선주자 중 하나로 여겨졌다"고 소개했다.

CNN방송은 박 시장이 정치적 연줄도 경험도 없이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며 "예상을 깨고 그가 한국에서 두번째로 힘있는 자리에 올라선 것은 한국인들이 기득권 정치에 질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박 시장이 북악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며 전 여직원이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것이 사망 요인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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