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시중은행들을 향해 금융소비자를 고려해 점포폐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은행들이 다양한 형태의 점포를 도입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사들은 비대면 거래 확산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해 점포나 ATM기를 폐쇄하는 것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하면서도 점포에 문화 체험공간을 접목하는 식으로 기존의 틀을 깬 점포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 하나은행, 지점 고정관념 깬 '컬처뱅크' 구축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각사별로 운영 중인 특화점포들을 추가 개설하기 위해 점포 수나 장소 등을 물색하고 있다.
점포의 파격 변신을 꾀한 대표적인 은행은 바로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2017년 ‘컬처 뱅크’ 1호점인 방배서래지점을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총 7곳의 컬처 뱅크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의 컬처 뱅크는 고객들이 은행 업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 특화 컨텐츠를 접목한 점이 특징이다. 각 지점별 주요 고객의 연령층과 특성을 감안해 생활공예, 힐링 서점, 라이프스타일 숍, 외국인 사랑방 등의 주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달 초 광주 ‘전일빌딩245’에 개설한 컬처뱅크 7호점.(사진=하나금융) |
일례로 광화문점은 오피스 밀집 지역이자 서점의 메카라는 점을 착안해 참여 커뮤니티기반 독립서점인 ‘북바이북’과 제휴를 맺고 힐링서점 형태로 꾸몄다. 지난달 초 광주 전일빌딩 245에 구축한 컬처뱅크 7호점에서는 70~80년대 향수를 공유하는 시니어들이 지점에서 LP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과 독서를 즐기고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전 영업점의 복합화를 목표로 현재까지 37곳의 복합점포 개설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지점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측은 "고객들이 단순 은행업무 뿐만 아니라 생활공예, 원예 등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점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복합점포의 경우 하나금융투자 전 영업점의 복합화를 목표로 하반기에도 복합점포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민은행, PG 2.0 전략...직할점포-특화점 협업
KB국민은행은 대면 영업채널 혁신 모델인 ‘파트너십 그룹(PG) 2.0’ 전략의 일환으로 종합금융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PG 1.0은 일정 지역의 6~7개 지점을 ‘허브’ 형태로 묶어만 놨다면 PG 2.0은 외환, 대출, VIP 라운지 등 각 영업점별로 특화된 업무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 서초동종합금융센터. |
PG 2.0은 직할 점포(허브)와 업무별로 특화된 관할 영업점(스포크)이 파트너십 그룹을 이뤄 서로 협력하는 형태다. 종합금융센터는 유니버설 허브 지점으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거점이 관할하는 지점들은 특화점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10월 서초종합금융센터를 시작으로 서울 노원종합금융센터, 부산 부전동종합금융센터 등 전국에 PG 2.0 형태의 센터를 5곳 구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점포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을 구상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각 지역별 여건 등을 고려해 PG 2.0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한은행, PIB센터 확대...우리은행 '디지털점포' 추가개점 검토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의 합병 이후 인근에 있는 두 점포들을 통폐합하는 한편 고객 자산별로 세분화된 지점들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명지국제도시, 동탄호수공원 등 3개 지점을 개점하고 신한PWM강남대로센터, 테헤란로기업금융센터 등 4곳을 통폐합했으며, 하반기에도 가천대학교, 순천, 안양역 등 6곳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또 지난해 12월 신한PWM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내 신한PWM PIB센터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센터 내 PIB센터 2호점을 개점했다. PIB센터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와 기업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시중은행 특화점포 특징. |
전 금융권에 불고 있는 ‘디지털 혁신’에 맞춰 디지털 특화 영업점을 개설한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강남역에 특화 영업점인 ‘디지털금융점포’를 개점한데 이어 올해 하반기 고객 편의성과 운영 효율성 등을 리뷰해 추가로 디지털금융점포를 개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금융점포는 디지털존과 상담존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디지털존에서는 스마트키오스크를 활용해 예금, 외환, 전자금융 등 신규업무와 각종 변경 신청을 고객 스스로 할 수 있고 상담존에서는 보다 심화된 금융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형태의 점포를 확대하는 것은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권고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서 최근 은행들의 점포 폐쇄 확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로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임대료 상승과 비대면 거래 확산 등으로 점포를 축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 내부적으로 점포 축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구축된 만큼 가급적 고령층의 방문 횟수가 많은 곳은 영업점을 축소하지 않는 식으로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점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로 지점을 방문하는 주 연령층이다"며 "고령층이 많은 지역은 가급적 영업점을 폐쇄하지 않고 유지하는 쪽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단순 비용적인 측면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측면을 균형감 있게 바라봐야 한다는 금감원의 권고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만 상권이나 신도시 등 영업점을 둘러싼 환경들이 바뀌는 만큼 은행들의 영업점 역시 이에 맞춰서 변화를 꾀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