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아이오닉. 사진=현대차 |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친환경차 아이오닉 50여대가 지하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내가 시승할 아이오닉을 찾아가는데, 차량들 사이에서 ‘윙~’ 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노래라도 들을 요량으로 이어폰을 끼었더라면 차량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디젤 차량이라면 듣기 어려운 소리다. 차문을 열고 운전대에 앉자, 흘러나오는 노래가 반짝이는 계기판을 휘감는다. 운행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다.
20일 한파를 뚫고 도착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현대자동차가 처음 내놓은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직접 만났다. 시승은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요나루키까지 왕복 약 100km로, 50여km 구간을 동승한 기자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장점은 연비다. 현대차도 수 차례 이점을 강조하며 토요타의 프리우스에 총구를 겨눴다. 동승 기자와 ‘연비 검증’에 합의한 뒤 이날 만큼은 다른 때와 달리 가속을 삼갔다. 설레는 마음을 추스리며 도심 속으로 나가자 일부 시민이 손짓하며 아이오닉 실물에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차량의 자태는 단정함 그 자체다. 앞에선 현대자동차 패밀리룩인 헥사고날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고,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한 측면부에서 후면부 리어램프까지는 단정한 모범생 이미지다. 트림에 관계없이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의 속은 날카로운 느낌의 휠로 채워져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시승 구간인 자유로에서 연비 검증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주변에도 거북이 주행을 하는 아이오닉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연비 운전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도심에선 저속 주행을 했고, 자유로에 들어선 뒤로는 시속 60km~80km를 유지했다. 연비에 치명적인 브레이크 사용도 최대한 자제했다. 여기에 크루즈 컨트롤 설정을 통해 일정하게 속도를 조절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계기판에 찍힌 20.0km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운행하는 경유차 연비가 10km 안팎이니, 그 연비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Q트림(풀옵션)으로 최상위 트림으로, 17인치 타이어를 탑재해 복합연비가 ℓ당 20.2km(도심 20.4km, 고속도로 19.9km)라 한다.
그러나 중간 목적지에 도착한 운전자들 사이의 최고 기록이 27km 가량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절치부심했다. 돌아오는 길은 한파 속에서 히터 사용도 삼가고 EV모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결과 계기판의 연비는 24.6km로 답했다. 이날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한 차는 29km까지 나왔다고 한다. 모든 차량이 그렇겠지만, 결과에서 나타나듯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전자의 운전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오닉 Q트림과 주력 트림인 N트림의 N+(N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트림의 차량은 15인치 타이어를 장착해 ℓ당 22.4km의 연비를 자랑한다. 경쟁 차종으로 꼽은 프리우스V(17.4~17.9㎞/ℓ)와 비교해도 약 5km/ℓ높다. 차량 가격도 2295만원~2755만원으로 2000만원대로 책정돼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유류비에 허덕이는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유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번 몇 만원어치 기름통을 채우는 일은 부담스럽다. 아이오닉으로 출퇴근길 ‘연비왕’에 도전하다 보면 차량 내 주유영수증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