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건설이 일시 중지된 신한울3·4호기의 건설재개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수원은 신한울3·4호기 건설의향을 밝혔다고 하고 산업부는 한수원이 건설의향을 밝혔지만 언제 준공될 것인지 시기적 불확실성이 있어서 이번 전력수급계획에는 넣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준공시기가 명시되지 않은 한수원의 건설의향은 의향으로 보기 어렵다. 또 준공시기의 불확실성을 초래한 것이 산업부가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계획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부가 이를 해결할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 불확실성을 핑계로 전력수급계획에서 공급설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책임을 미루며 어물거리는 동안에 2017년 2월에 신한울3·4호기에 대한 발전사업허가가 일정기간 건설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한수원이나 산업부는 책임을 지지않고 조용히 신한울3·4호기를 고사(枯死)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의 책임인지 감사를 한 번 더 받아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는 기가 막히게 우스운 정책도 있다. 산업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서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석탄이건 천연가스건 화석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므로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가 나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중들과 만나다가 보면 상식 밖의 무지를 경험하기도 한다. 예컨대 태양광 배터리가 해가 들지 않는 밤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터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양의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가 태양광 패널인데 거기에 배터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면서 마치 전지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것일 뿐이다. 또 어떤 정신없는 사람은 밤에도 달빛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력이야 생산될 것이다. 그러나 달빛으로 얼마나 많은 전력이 생산될까?
천연가스(Natural gas)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연’이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원유도 천연(Natural)이고 석탄도 천연이라고.
석탄을 천연가스로 바꾸는 것으로 이산화탄소배출을 약 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데 생산하는 전력 생산비는 2배로 비싸지고 에너지원 다변화정책이 위협받을 정도라면 그렇게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차라리 석탄발전을 천연석탄 발전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것의 사회적 비용이 더 적을 것이다.
붕어빵이 붕어를 원료로 만든 것이 아니고 영양 돌솥밥에 개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수식어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빵이고 밥이다. 수식어로 현혹하는 것은 사기꾼의 전유물이다.
국산화정도가 낮아서 건설할 때마다 외화가 나가고, 정비과정에서도 교체해야 하는 외산 부품이 발생하고 연료구입 비중이 높은 가스발전을 ‘천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친환경으로 여기는 것은 국가적 착각이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2배에 달하는 전력생산단가를 여기에 지불하면서 "전기를 절약하자. 춥고 더워도 참고 지내자. 합당한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알만한 산업부가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이산화탄소 저감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재생에너지를 20%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한 땅과 전력망의 연결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무모한 계획이다. 결국 에너지전환정책은 재생에너지를 약간 늘리고 원전과 석탄발전의 빈자리 대부분을 가스발전으로 채우게 되는데 이게 무슨 이산화탄소 저감이 되고 탄소중립(Net Zero)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