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 연합 |
경기 화성에 사는 김강일(가명) 씨는 지난달 전기료 명세서를 받아 보고 황당해 했다. 해당 명세서를 보면 김 씨의 지난달 전기료는 700원이지만 부가가치세는 무려 5540원이다. 세금이 전기료의 8배에 가까우니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빈 말 아니다. 이는 한국전력 배선망을 통해 사용하는 모든 전력에 부가가치세 10%를 매기도록 한 현행 세법 탓이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 가정이 자가 생산해 쓰고 남은 전력을 한전 배선망을 통해 다른 가정에 공급한 뒤 그 만큼 나중에 한전으로부터 돌려 받아 쓰더라도 과세대상이 된다.
▲김강일 씨의 전기료 명세서. 전기요금은 700원이지만 부가가치세로는 5540원이 나와있다. 사진=김강일 씨 제공 |
김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용한 전기료보다 부가가치세가 많이 나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태양광 사업을 확대한다면서 이렇게 불합리한 법 제도를 운영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전에 항의했었다.
한전은 부가가치세를 자신들이 매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에 꾸준히 공문을 보내왔으나 부가가치세법상으로는 상계 전 전력량에 부가가치세를 매겨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을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기요금 상계거래 대상은 20만2063가구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한 가구에서 나온 잉여전력량은 2017년 기준 5억6949만5104kWh로 서울 강남구에서 한 달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김 씨는 결국 21대 국회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었다. 법안 내용은 일정규모 이하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자에게 상계된 전력량에는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우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법안 내용대로면 세수가 감소해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상계 전력거래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면 5년간 총 330억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 의원실은 "법 제정을 위해 기재부와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현재 요금 상계거래제도를 운용 중이다.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도 밤에는 돌릴 수 없어 전기를 사용하려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써야 한다. 하지만 낮에 태양광 발전이 잘 되면 가정에서 오히려 태양광 발전을 하고 남은 전기를 한전으로 보낸다. 한전은 요금 상계거래제도에 따라 가정이 한전으로부터 끌어다 쓴 전력량에서 한전에 보낸 전력량을 빼 전기료를 계산해준다.
요금 상계거래제도에 따른 부가가치세 부과의 문제가 국회에서 풀리지 않자 우회 입법을 추진 중이다. 송재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일반 가정이 한전에 잉여전력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