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KBO) 리그 개막이 약 50여일을 남긴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흥행세에 힘입어 다시 한 번 홈런을 노린다. 올해도 높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트렌드와 니즈에 맞춘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지난해 1088만7705명의 관중 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종전 최다를 기록했던 2017시즌(840만688명)보다 29.60% 상승한 수치다.
최고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의 상승세와 김도영(21·KIA), 김택연(19·두산), 김영웅(21·삼성) 등 젊은 스타의 등장, 20·30대 여성 팬 증가가 호재로 꼽힌다. 스포츠계는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프로야구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구 정규시즌은 총 144경기로 월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6일씩 정기적으로 개최돼 충성고객 수요가 많다. 이에 따라 ICT업계도 다양한 신기술과 확대된 콘텐츠를 앞세워 KBO리그 관련 서비스 이용자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가장 큰 낙수효과를 본 티빙은 올해 팬덤 형성이 가능한 고성과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스포츠 콘텐츠에 대해선 대세화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특히 1분 내외 길이의 짧은 콘텐츠인 숏폼을 강화해 세분화된 이용자 니즈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티빙이 보유한 스포츠 중계 콘텐츠의 하이라이트 숏폼 영상이 젊은 세대의 인기를 끌며 시청률을 견인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KBO가 발표한 팬 성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경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야구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활용 비율은 2023년 68.0%, 2024년 76.6%로 더 증가했다.
이에 대해 KBO 측은 “지난해 티빙과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하며, 야구팬 누구나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숏폼 영상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강 몬스터즈 야구단 선수들의 비시즌 모습을 그린 '최강야구 스핀오프(가제)', 프로야구 토론 예능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 새 시리즈 등 프로야구 관련 예능과 드라마도 기획 중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네이버 멤버십 제휴 종료 이후, 제휴 가입자 중 과반 이상이 티빙 직접 가입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직접 가입의 경우 제휴 가입 대비 요금이 높고 수수료도 없어 유료 가입자당 평균매출(ARPPU)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야구 게임 명가로 꼽히는 컴투스도 KBO 리그 기반 '프로야구 시리즈' 넘버링을 최신화하는 등 새 시즌 준비에 분주하다. 대표 게임 '컴투스프로야구V25'는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스포츠 게임 분야 매출 3위에 올랐다. 그 뒤를 '컴투스프로야구2025(3위)', 'MLB 9이닝스 25(4위)', 'MLB 라이벌(8위)' 등이 잇고 있다. 비시즌임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컴투스의 야구게임 부문 매출은 2022년 1300억원, 2023년 15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관중 수는 607만6074명, 810만326명 등을 기록한 것이다. 관중 증가세에 비례하게 매출도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컴투스가 지난해 야구게임에서 최고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3월 프로야구 개막 시즌에 맞춰 일본프로야구(NPB) 공식 라이선스에 기반한 '프로야구 라이징'으로 현지 야구게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신 엔진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구장·선수 구현 측면에서 고퀄리티 그래픽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스토어와 손잡고 미국야구리그(MLB) 공식 라이선스 기반 'MLB 9이닝스 25'의 대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MLB 라이벌'과 함께 장기간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타이틀로, 프로야구 비시즌인 최근까지도 대만 구글플레이 스포츠 게임 매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앱 마켓의 현지 영향력 확대와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긍정적인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프로야구 리그 규모가 크고 게임 소비도 활발해 큰 시장으로 꼽힌다. 모바일 프로야구 시장의 경우 연간 약 6000억원 수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다. 기존 KBO·MLB 작품들에 3000만 야구팬을 가진 일본 시장 성과가 더해질 경우 야구게임 실적은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야구 라인업 매출은 시즌 폐막에도 견조한 트래픽이 유지되며 높았던 전분기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관련 매출이 연간 1900억원으로 추정되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에서의 성과가 조금만 붙어도 실적과 멀티플의 상향은 즉각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 딜로이트 그룹에 따르면 스포츠 ICT 시장은 2021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매년 17.9%씩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402억달러(57조5865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